입력 : 2021.10.14 22:27
한정 30만원 VVIP 티켓 무색… 방문객 5000명 몰려
내년 ‘프리즈 서울’ 앞두고 들뜬 미술시장, 개막 첫날 350억 매출
17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A·B홀

“VIP도 아닌, VVIP 프리뷰라면서 사람이 어쩜 이리 많나요?”
전시장 입구에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공식 입장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오후 2시 30분부터 이미 기나긴 입장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거리두기 수칙이 무색하리만큼 빽빽한 인파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 ‘키아프 2021(KIAF)’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키아프’가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날은 VIP와는 별개로 올해 신설된 VVIP 패스를 지닌 이들만 입장 가능한 날이었음에도 5000명이 방문해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출액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오픈 6시간 만에 350억원의 매상을 올리며,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 마지막으로 열린 오프라인 행사(2019)의 총매출액 310억원보다도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행사는 흥행에는 크게 성공했으나, 정작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올해 키아프는 기존 VIP보다 상위 등급인 VVIP 제도를 새롭게 운영, VVIP 티켓을 100장 한정 판매해 이목을 끈 바 있다. 티켓은 30만원이란 고액임에도 판매 이틀 만에 매진됐다.
해당 입장권을 예매해 전시장을 찾은 30대 여성 관람객은 “긴 대기 줄에 입장하기도 전 지친 기분이다. VVIP 패스가 한정 수량만 판매된다고 해서 쾌적한 관람 환경을 기대했는데, 그러기는커녕 야시장 같은 분위기다. 인파에 밀려 관람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속 터진다”며 기대에 못 미치는 운영 방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코시국’ 이후 열리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내년 9월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프리즈(Frieze) 서울’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 행사는 키아프의 단독 무대로는 마지막일 수 있다. 또한 프리즈의 국내 진출로, 세계 메가 갤러리들은 물론 해외 아트 컬렉터들도 국내 미술시장으로 대거 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올해 키아프의 출품작들이 한 단계 레벨업됐다는 것.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 조지 콘도(George Condo),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등 쉽게 볼 수 없는 해외 최정상 아티스트의 회화, 조각 등 다채로운 작품이 전시장 곳곳에 걸렸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아트 러버라고 밝힌 40대 여성은 “올해 행사는 예년보다도 더욱 들뜬 분위기다. 참여 갤러리들이 출품작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굉장히 신경 쓴 게 보인다. 특히 대작들이 많이 나와 비주얼적으로 빵빵하다”라며 감상평을 전했다.
페로탕은 전속 간판스타작가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의 각각 높이 3미터, 2.4미터에 이르는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두 점을 부스 중앙부에 설치했다. 리만 머핀은 부스 외벽에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rge)의 폭 3미터짜리 대작을 걸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제갤러리는 폭 3미터에 이르는 이우환의 초대형 회화를 들고나왔다. 해당 작품의 가격은 290만달러(약 34억4000만원)이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초대형 숯 조각으로 부스를 가득 채웠다.

올해 키아프에 첫 출전장을 내놓은 해외 갤러리도 다수다. 독일 메이저 갤러리인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는 최근 서울에서 개인전을 마친 라이언 갠더(Ryan Gander), 우주의 무한함 끝없이 펼쳐지는 차원의 다양한 현상을 시각적이며 실험적인 수단으로 작품에 담아내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s)의 작품을 들고 키아프에 처음 참가했다.
뉴욕과 브뤼셀에 위치한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는 영상, 조각,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사하는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를 비롯해 현재 런던 테이트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아니카 이(Anicka Yi)의 작품을 내걸었다.

아트바젤, 피악과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함에 따라 내년은 한국 미술시장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키아프는 본격적인 프리즈 서울 개최를 앞두고, 세계 아트페어와 진정으로 견줄 수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자 마지막 리허설인 셈이다. 참가 화랑들은 수준 높은 작품을 출품함으로써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줬다면, 주최사는 세계 아트페어급에 걸맞는 원활하고 품격 있는 행사 운영을 통해 참가 갤러리와 관람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아트페어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17일까지 코엑스 A·B홀. 입장료 3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