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10 17:35
윤종주 개인전
10월 2일까지 대구 을갤러리

색채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미니멀 아티스트 윤종주는 층층이 쌓아 올려진 색감이 만들어낸 그러데이션에서 조형적 요소를 이끌어내는 특유의 작업으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특히 서양 재료를 통해 동양의 명상적 분위기와 색을 표현하며 회화 본연의 색과 형을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다루는 그의 화면에는 시간성과 따뜻한 감정이 내재돼 있다.
그의 작업은 절제, 욕망, 갈등과 고민 등 다양한 감정을 거친 끝에 발현되는 색감을 화면 속에 도출한다. 윤종주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잉크 등을 섞어 여러 색의 층을 통해 색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살리고 가장자리 선에 색을 입혀 입체감을 더함으로써, 최소한의 구조와 질서를 추구하고 질료와 만남을 통한 비물질 회화적 속성의 조형언어를 구사한다.
이러한 윤종주의 작업이 일견 단색화나 색면 추상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전에 없던 기법으로 캔버스 위에 면을 면밀히 쌓아 올리는 고유의 작업은 그 구조와 물성으로 색의 본질을 강조하며 미니멀리즘적인 특징을 더욱 고조시킨다.

윤종주는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고, 물감을 부으며 기울이고, 또 말리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듭하며 회화를 완성해낸다. 이러한 인고의 과정 끝에 나타나는 깊이와 공간감을 위해 수십, 수백 번의 반복도 주저하지 않는 작가의 열정은 고스란히 오묘한 색감으로 화면에 드러나게 되는데, 미디움이란 반투명한 물성에 아크릴 물감, 그리고 잉크를 혼합한 그녀의 실험은 작품의 투명하고 깨끗한 느낌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얻어낸다. 붓 대신 물감을 평면에 부어 기울이는 방식으로 면을 채운 덕분에 그 색면에서는 동양적 정신성과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의 개인전이 10월 2일까지 대구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종주가 지속해온 대표 연작 <Cherish the Time> 중에서도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몰두해온 <Cherish the Time_Line> 시리즈 10여 점을 공개한다. 특히 출품작 중에서는 을갤러리 전시장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 작업한 신작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저마다 공간과 색, 빛과 선을 표현한 윤종주의 작품이 보는 이에게 고요하고도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한편, 작가는 계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 후 2005년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초대 작가로 전시했다. 이후 2006년부터 대구, 서울,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0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주최하는 <2020 올해의 중견작가> 최연소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인테리어 편집숍 ‘에이치픽스’와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