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24 17:58
롯데백화점 동탄점 ‘아트 컬렉티브; 나우&네버’展
MZ세대 겨냥한 ‘마스터피스’ 한자리에

안경을 쓰고 줄무늬 카디건을 입은 노신사가 멀뚱히 서서 우리를 바라본다. 그의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벽에 걸리거나 기대어 세워져 있다. 노신사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사진 드로잉(Photographic drawing) <In the Studio, December 2017>(2018)은 실제 그의 작업실 사방을 스캔하듯 촬영한 사진 3000장을 토대로 디지털 합성해 파노라마로 제작한 폭이 무려 7미터가 넘는 대작으로, 순간의 풍경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시공간에 대한 호크니의 작가적 고민이 담겨 있다. 로스엔젤레스 할리우드 힐스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 한가운데 서있는 호크니를 중심으로 대표작 수 점이 벽면 가득 걸려 있는데, 이들은 당시 호크니가 9개월간 작업한 그랜드 캐니언, 멕시코 아카틀란 호텔 내부 등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혹시 이 사진 드로잉이 어딘가 낯익다고 느껴진다면? 지난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크니의 첫 한국 회고전 출품작과 동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호크니가 런던 테이트에 기증했는데, 테이트에서 채 선보이기도 전, 한국에 먼저 전시되며 화제 몰이를 했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동탄점을 신규 개관하면서 백화점 전체를 마치 하나의 미술관을 연상하리만큼 곳곳을 그림으로 채웠다. 전시 ‘아트 컬렉티브; 나우&네버(ART Collective; Now&Never)’는 MZ세대 영 컬렉터란 말이 생겨나며 젊은 층의 미술 작품 콜렉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오늘날, 현대미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동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조우할 수 있는데, 호크니의 대작은 백화점 1층에, 그 외의 작품은 2층에 마련된 100평 규모의 롯데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호크니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박서보, 이우환 등 거장은 물론, 오스 제미오스 미스터, 헤르난 바스 등 해외 유수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컨템포러리 아트씬을 한눈에 보여준다.

19세기 후반 미술과 문학, 영화에 영향을 받아 장식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스타작가로 등극한 헤르난 바스(Hernan Bas)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듯 곧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소년 이미지에 다채로운 색감을 더한다. 멜랑콜리하면서도 로맨틱한 화면을 마주할 수 있다.
브라질 전통문화의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요소를 더한 독창적인 조형미로 잘 알려진 오스 제미오스(Os Gemeos)의 작품도 걸렸다. 브라질 전통의상을 입고 양손에 해와 달을 쥐고 있는 행운의 여신과 남성은 오스 제미오스의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가늘고 긴 팔다리, 과장된 몸의 비율과 노란 얼굴의 인물은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인 동시에 특정 인종이나 민족을 넘어선 보편적인 인간을 상징한다. 스트리트 아트, 유스 컬처, 브라질의 민속, 신화, 전통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The Goddess of Fortune>(2019)의 휘황찬란한 컬러감을 만끽해보자.

일본 네오팝 작가 미스터(Mr)의 대표작인 미소녀 캐릭터 작업 <Yume-Twilight of the Land>(2019)도 공개됐다. 소녀는 오색의 헤어 컬러와 서로 다른 암호가 그려진 눈동자를 갖고 있다. 직사각형의 캔버스를 벗어나 얼굴의 형태를 따라 잘라낸 그림은 어떠한 은유나 해석도 허용하지 않는 듯, 오직 소녀의 둥근 얼굴, 형형색색의 머리카락, 커다란 눈만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둥근 얼굴, 큰 눈 등 일본 망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에’ 그림체를 연상하는 스타일로 잘 알려진 미스터는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의 제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오타쿠 문화와 미학적 사고방식을 결합해 예술화함으로써 문화적 비판과 사적인 환상의 표현 사이에서 질문을 던진다.

MZ세대를 겨냥한 전시인 만큼 드로잉과 에디션 프린트, 조각 작품 등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이번 전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하고 자신의 컬렉션을 시작하는 MZ세대 컬렉터가 증가함에 따라 미술품을 감상하고 소장하는 방식도 점차 다각화되는 시대 흐름에 걸맞게 현재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마스터피스를 한데 모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11월 21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