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수묵화 대가 박대성, 美순회전 앞두고 개인전 열어

입력 : 2021.07.29 13:28

인사아트센터 ‘정관자득’, 8월 23일까지

고미, 2021, Ink on paper, 116x79cm /가나아트
고미, 2021, Ink on paper, 116x79cm /가나아트
 
지난 3월,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한 아이가 보험가 1억원 상당의 작품 위에 올라가 훼손하고 그의 부모는 사진을 찍으며 이를 방관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한국의 관람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많은 이들이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질책했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작가는 아이가 미술관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가져가길 바라지 않는다며 이를 문제 삼지 않았음은 물론, 사건으로 인해 작품에 발생한 흔적은 작품의 역사로써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던 것. 수묵화 대가로 잘 알려진 박대성 화백이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각인된 해프닝이었다.
 
구룡폭포, 2021, Ink on paper, 140x60cm /가나아트
구룡폭포, 2021, Ink on paper, 140x60cm /가나아트
 
현시대를 대표하는 수묵화가인 박대성은 수묵 담채화 <상림>(1979)으로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겸재 정선부터 이상범, 변관식의 진경산수화 명맥을 이어온 작가는 전통에 머물러 있던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몰두해왔다. 새가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초점인 부감법과 다시점을 적절히 이용해 한 화면에 담기 어려운 빼곡한 산맥과 그 사이의 문화재를 강조와 생략을 통해 역동적으로 배치한다. 담대하면서 섬세한 붓질과 농묵, 담묵의 기술적인 조절로 탄생한 그의 수묵화는 마치 광각렌즈를 통해 보는 듯한 파노라믹 뷰를 평면적으로 연출한다. 또한 막사발이나 청화백자 같은 한국 전통 도자기의 표면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수묵화 주제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송 III, 2021, Ink on paper, 100x60cm /가나아트
송 III, 2021, Ink on paper, 100x60cm /가나아트
 
가나아트는 수묵화의 대가 소산 박대성 개인전 ‘정관자득(靜觀自得): Insight’을 8월 23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전시타이틀 ‘정관자득’은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의 주제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금강산, 천제연, 소나무 등 자연의 소재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신작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수집한 전통 도자기 및 공예품을 사실적으로 그린 ‘고미’ 연작 또한 대거 전시된다. 이와 더불어, 소규모 정물화도 함께 전시되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아우른다.
 
버들, 2021, Ink on paper, 69.5x50cm /가나아트
버들, 2021, Ink on paper, 69.5x50cm /가나아트
 
한편, 박대성은 서양의 미술사조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국화의 모더니즘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아 2022년 7월, 미국 서부에 위치한 LA 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또한, 같은 해 가을에는 미국 동부의 여러 명문 대학교에서 순회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순회전은 개관 40주년을 맞이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박대성의 작품을 조망하는 전시를 열기로 한 하버드대학교의 한국학연구소(CGIS)를 시작으로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College) 내에 위치한 후드 미술관(Hood Museum of Art),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 메리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Mary Washington)에서 연이어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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