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09 18:39
정수영展 ‘One Ordinary Day’
8월 13일까지 노블레스컬렉션

테이블 위 쌓인 피자박스, 선반을 가득 채운 아트토이, 방 한편 널브러진 책…. 화면 속에 인물은 없다. 어지럽게 놓인 책, 가구, 오브제 등을 통해 사물 주인의 취향, 습관, 관심사, 직업을 짐작해볼 뿐이다. 누군가의 사적 취향을 들여다보며 오늘날 소비문화를 상기하는 순간이다.

정수영(34)은 현대인이 소비하는 제품은 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물건을 소비하며 ‘동시대적 일상’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쓰는 특별하지 않은 사물도 배경에서 떨어뜨려 개별적으로 마주하면, 새삼 그 사물과 나의 관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녀의 작품이 현대인의 눈길을 끄는 이유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팬데믹 이전인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수영은 ‘누군가의 선반’을 주제로, 타인의 취향을 담은 공간을 소재화하는 작업에 몰두 중이었다. 그러나 한창 작업 중에 발발한 팬데믹으로 그는 작업실에서 예기치 못한 고립 생활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예전이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일상적 공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때 작업한 회화에는 외출 제한으로 온라인 쇼핑에 의존하게 된 개인의 모습이나 예전보다 많은 시간을 공유하게 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정수영 개인전 ‘One Ordinary Day’가 8월 13일까지 서울 청담동 노블레스컬렉션에서 열린다. 그는 런던에서 활동하며 일상적 물건, 즉 제품을 오브제로 삼아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물건 같지만 그가 소재로 차용하는 제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시대의 유행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선택한 공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특히 <Biographical Object> 시리즈는 사물이 놓인 위치나 공간 등의 배경을 배제하고 개별 소재를 각각 그린 작품으로 메인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는데, 마치 수많은 선택지가 눈앞에 펼쳐진 듯 소비와 컬렉팅의 경계에 서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정수영의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의 사적인 공간 역시 작가의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