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05 15:06
18일까지 가나부산

"마주보기, 등 돌림, 같은 곳을 바라보기, 교차하기, 어긋남을 이룬 색띠들의 ‘반복과 차이’는 자신만의 몸이 기억하는 ‘색경험’이자 음의 높낮이로 조화를 이룬 멜로디다."

하태임은 색 띠 하나만으로 내면과 소통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낸다.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다채로운 컬러밴드는 그의 시그니처 이미지다.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강렬한 고유색들의 무브먼트, 반복과 절제의 하모니를 끝없이 추구하며 차이를 만들어내며, 이것은 고도의 전략과 시간의 누적으로 쌓아올린 고독한 결실과도 같다.

작가는 캔버스에 배경색을 칠하고 그 위에 여러 색의 반투명한 색띠들을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여러 층의 레이어를 쌓아가는데, 몸통을 컴퍼스의 축처럼 고정하고 팔을 뻗어 선을 그리면 자연스럽게 곡선이 나오게 된다. 신체를 통해 거듭되는 이 행위는 내면적 규칙과 운동으로 이뤄진 내재율을 빚어낸다.

음악적 율동을 지닌 화면을 구성하면서도, 이것이 내면 심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태임은 설명하곤 하는데, 선택된 색감에 따라 생동감을, 때로는 작가의 깊은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색 띠 작업은 긋는 획마다, 붓질의 결마다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고 심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가의 자기 고백과도 같다. 이렇듯 만곡의 곡선을 수행하듯 반복해서 그려내는 제작 방식과, 색에 각각 자신만의 상징적, 경험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보는 작가의 철학이 더해져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하태임만의 색공간을 만든다.

하태임 작가의 27번째 개인전이 그랜드 조선 부산에 위치한 가나부산에서 이달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40여 점을 비롯해 스테인드글라스 조각 등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힘든 시기, 색채를 통해 위로 받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 역시 색채가 주는 내면적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