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원 개인전 '새벽광야'
5월 30일까지 가나부산

“새벽 광야에 어지럽게 잡초가 보입니다. 들꽃도 피었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구름도 생겨납니다. 젖먹이 아이처럼 부드럽고 자유롭게 허공에서 놀고 있습니다. 거침 황토와 상처 난 자갈이 깔려 있는 광야에 당나귀와 수탉, 황소와 호랑이, 독수리, 부엉이, 사슴, 소나무 등이 우뚝 서있습니다. 결기 있게 미래와 맞서 서있는 그것들은 나의 분신입니다. 즉, 내가 그들입니다.”
가나부산은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30일까지 작가 사석원의 ‘새벽광야’ 展을 개최한다. 부산에서 3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그간 작가 사석원의 작품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던 기세등등한 동물들은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새벽광야’展에서 만난 동물들은 ‘광야’라는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풍경’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광야는 여전히 거칠고 고단한 공간이지만 거기엔 새벽닭의 훼치는 소리와 꽃들의 자태를 배경으로 조그만 당나귀가 등장한다. 이러한 정황이 이번 전시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사석원의 작업은 두꺼운 물감과 거친 붓질의 궤적들이 캔버스를 장악하고 지극히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형태감이 시선을 앗아가는, 농후한 표현성이 특징이다. 화면전체를 일견하면, 관찰자는 추상적 감성으로 직감하면서도 내재된 풍부한 서사들과 결합된 기호들의 특별한 관계 맺음을 읽을 수 있다.
사석원의 ‘광야’는 더없이 펼쳐진 3차원의 공간이라는 개념보다 오히려 우리의 거친 삶이나 인생의 무게를 은유한 추상 공간에 가깝다. 그래서 사석원의 그림기호들은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된 것이다. 붓질에 매개된 물감의 상태가 광야이며, 붓질의 칠하고 때리고 뿌리는 태도가 광야인 것이다.
작가는 ‘새벽광야’를 통해 찬란하게 날이 밝아오는 뭉클함,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싹트는 감격을 캔버스 위에 누리고자 했다. 그래서 사석원의 광야는 기하학적 시각의 풍경공간도 아니며,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대지의 풍광도 아니다. 야생의 꽃들이, 거침없는 색감의 조화가 지금 나의 호흡과 공명하면서 드러나는 장소이다. 그리고 부엉이와 사슴, 수탉과 당나귀는 그런 새벽광야와 공명의 관계를 맺는다.
‘새벽광야’ 의 작품들에는 지금까지 포커싱(focusing) 되었던 동물들이 약간의 거리로 물러나 광야와 ‘관계 맺기’로 표현된다. 이제 ‘광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기호들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광야는 물감이 겹겹이 쌓여 두터운 층위를 형성한다. 왜소해진 동물(당나귀)에 작가 스스로를 내면화 시키고 광야의 두터운 물감층위가 만물의 온기를 보호하듯 감싼다. '새벽광야'는 작가가 어느 때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충동적으로 무엇인가 화폭에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욕망의 충돌을 보여준다. ‘새벽광야’展에 전시되는 회화 약 40여 점은 거친 광야 위 결기 있게 우뚝 선 동물들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작가의 감성을 감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