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전시 일주일 만에 출품작 상당수 판매… ‘At Home’展

입력 : 2021.04.01 18:12

대중문화, 인물 등 소재로 강렬한 색감의 이미지 표현
5월 1일까지 표갤러리

Untitled /표갤러리
Untitled /표갤러리
 
영화배우 말고 작가 하정우다. 그림을 시작한 이래로 매년 개인전을 열어온 하정우가 올해 첫 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체부동 표갤러리에 차렸다. 평일 오후 찾은 전시장은 3개층 전관이 관람객으로 북적일 정도로 인기였다.
 
하정우 개인전 ‘At Home’ 전경 /윤다함 기자
하정우 개인전 ‘At Home’ 전경 /윤다함 기자
 
​​​우리에게 영화배우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는 평소 그림 작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다채로운 배역을 맡아 연기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작가노트에서는 “몸이 원하는 대로 선을 이어 나가고 한참 집중해서 선을 그리다보면 나 자신이 투명하게 비워지는 경험을 한다. 마치 그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감정과 이야기가 그 수많은 선을 따라 모두 빠져나간 것 같이 말이다”라고 밝히는 것으로 보아 그림 작업은 그에게 연기만큼의 무게감을 지닌 행위인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일상 속에서 즐겨보고 경험하는 대중문화에서 소재를 발견한다. 이를테면 발렌시아가, 루이비통, 몽클레어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의류나 로고가 등장하곤 하는데, 발렌시아가를 입은 강도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구호로 내걸고 나오는 식이다.
 
인물도 단골 소재 중 하나다. 그의 인물화 대부분은 여행에서 만난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인물의 특징을 대담한 선으로 포착해 극단의 대비적인 색채로 표현한다. 이번 신작에는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작가 에곤 실레를 근육질 몸매로 망토를 두른 슈퍼맨 형상으로 그려냈다. 때론 그라피티 요소나 십자가, 화살표, 꺽쇠 등 기호를 더러 활용하기도 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견 장 미셀 바스키아가 연상되기도 한다. 
 
Untitled /표갤러리
Untitled /표갤러리
 
이처럼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차용한 여러 대중문화의 소재는 그의 작품에서 유연하게 결합해 거침없고 단순한 윤곽선과 선명한 색채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색은 온도이자 감정이다. 수학적인 생김새와 모양새도 중요하지만, 그 표면을 나타내는 색은 단순 시각적이 아닌, 감정과 감성으로 교감할 수 있게 한다.”
 
미술평론가 황인은 “하정우의 그림에서는 생(生)의 개체로 깨어난 자가 지닌 생명의 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충만한 생명의 의식, 생명의 감각이 하정우의 그림을 매력적으로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하정우 개인전 ‘At Home’ 전경 /윤다함 기자
하정우 개인전 ‘At Home’ 전경 /윤다함 기자
 
이번 전시명은 ‘At Home’이다. 팬데믹의 여파로 ‘집’에서 경제, 사회활동까지도 영위하는 시대로 전환된 오늘날을 투영한 것으로, 작가에게 집이란 어떠한 의미인지 엿볼 수 있다. 그의 회화는 변화한 일상 속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개개인이 외롭게 단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본래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재차 연기된 끝에 이번에 어렵사리 마련됐다. 작품가는 소품 500만원선, 유화는 1000만원부터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출품작 상당수가 판매됐다. 5월 1일까지 휴관일 없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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