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19 19:08
첫 개인전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4월 23일까지 이길이구갤러리


마이큐(MY Q·40)가 회화를 내걸고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뮤지션으로 잘 알려진 그 ‘마이큐’ 맞다. 지난 15년간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해온 그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을 터. 본인의 감정 표출과 이야기를 청각화하는 대신, 시각화하고자 새로운 시도와 고민, 모색의 흔적이 화면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도구와 매체가 캔버스와 붓, 그림으로 옮겨온 것일 뿐, 그의 회화 작업은 마이큐의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추상화인가 싶지만 또 구상적인 형상이 스치듯 환영처럼 떠오르다가 휘발된다. 화면 위의 의미 모를 기호와 도상은 화면 위를 리드미컬하게 종횡하며 춤춘다. 그야말로 시적인 운율이 캔버스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특정 장르로 쉬 규정지을 수 없는 그의 음악처럼 그의 페인팅 또한 똑 떨어지는 하나로 분류할 수 없는 마이큐 그 자체인 셈이다.


페인터 마이큐로서의 시작점은 2019년 전국투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기간 음악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같은 공연장, 같은 무대에 서길 거듭하며 관람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매번 비슷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들었어요. 새로운 분위기를 줄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무대를 꾸며보기에 이르렀죠. 대형 원단에 마커로 그려보다가 그 다음에는 아크릴로 해봤어요. 문구나 글자를 써보다가 어느새 제 느낌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문득 그 순간 너무나도 행복한 제 자신을 봤어요.”
회화 작업에서 내면의 큰 울림과 행복감을 느낀 작가는 집중적으로 회화를 제작해내는데, 지난해 맞닥뜨린 팬데믹은 음악활동보다 자연스레 그림 작업에 더 몰두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난생 처음 든 붓이었지만 원래 한몸이었던 것처럼 그림 작업에 무섭게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림 그리며 날밤 새우기 일쑤에 이러다가 큰일나지 싶었어요. 재밌는 점은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미술작가로서의 삶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 제가 완전 ‘똥손’이거든요. 얼마나 악필인지 저 조차도 제가 쓴 글을 알아보지 못한 적도 수번이에요. 인생은 정말 생각지 못한 일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마이큐의 거친 붓 터치는 순수하며 다듬어지지 않고 창작의 본질과 가장 근접한 순간의 기록이다. 곡 하나하나에 담아내던 리듬, 멜로디, 반주, 비트, 가사는 시각적인 질감을 살려 캔버스로 위로 옮겨왔다. 데뷔 이래로 음악인으로서 부서지며 좌절하는 행위를 반복하며 깨달은 경험은 페인터로서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음표 하나, 피아노 건반 하나가 내는 소리와 같이 캔버스 속의 다채로운 컬러의 물감이 때로는 일정한 박자로 혹은 불규칙적인 속도로 어우러지며 시각적 선율을 빚어낸다.
컬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에 당기지 않는 색을 일부러 골라 작업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작업할 때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색을 꼭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나중에 그리고 보면 그 색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거예요. 말인즉슨,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모든 색은 저마다 어우러지고 균형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마이큐 개인전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이 4월 23일까지 서울 신사동 이길이구갤러리(2GIL29 GALLERY)에서 열린다. 전시타이틀은 방향성을 잃어버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를 향한 질문이다. “제 그림 앞에서 무언가를 느낀다는 그 행위 자체를 새삼스레 인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조차도 잊고 살만큼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다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예술에는 옳고 그름이나 정답이 있지 않잖아요. 그저 제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자기만의 해답을 각자의 삶에서 찾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