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03 18:18
[이경미]
아트조선 아뜰리에 프로젝트 Ⅲ
작업실에다 차린 개인전 ‘You Will Never Work Alone’
“살아있는 오브제 ‘고양이’도 출품작”

한창 그림에 빠져 감상하고 있는데, 발 앞으로 치즈색 고양이 한 마리가 쓱 지나간다. 갑작스러운 고양이의 등장에 어리둥절하기도 잠시. 이번에는 회색빛 고양이가 슬며시 옆에 자리를 잡는다.
“고양이도 이번 전시의 출품작과 마찬가지랍니다. 살아있는 설치물이랄까요. 요셉 보이스의 코요테처럼 우연을 가장한 퍼포먼스가 전시장에서 펼쳐질 예정이에요. 다만 퍼포머인 고양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즉흥적임을 미리 말씀드려요. 하하.”

이경미 개인전 ‘You Will Never Work Alone’이 3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작가의 아뜰리에에서 개막했다. 이경미는 작업실 벽 전면에 띠를 두른 모양의 벽화를 제작함으로써, 벽에 내걸린 회화와 천장의 행잉 작품 모두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지도록 하는 효과를 주는 등 하나의 인스톨레이션으로 작품화한 작업실을 공개했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공간을 통해 작품과 소통하고 그의 작업세계를 경험하며 감상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작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다. 전시장 곳곳을 누비는 깜찍한 고양이들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고양이와 작가의 인연은 아주 끈끈하다. 그는 어렸을 적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을 고양이에게 투영해 불안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했다. 회화부터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고양이를 통해 자전적 스토리를 그려온 그는 ‘주디’, ‘나나쭈’, ‘링링’ 세 고양이의 보호자이기도 한데, 실제 자신의 고양이를 캐릭터화 깜찍한 고양이 우주비행사 ‘나나 아스트로’는 작가의 인지도 형성에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고양이 ‘나나’에게서 받았던 위로, 추상적인 감정을 캐릭터에 담아내며 개인적 경험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하고, ‘나나’가 만인의 고양이로써 보는 이들 각자의 경험과 어우러져 따뜻한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왔다.
캔버스 속에서 고양이가 유유자적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무한한 우주의 태양계와 비교해 인간의 유한함과 사사로움을 인정하는 데서 위로를 받았다고 이경미는 설명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개인은 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도리어 ‘힐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작가의 고민도 갈등도 결국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과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이콘인 ‘나나’는 이번 전시에서 <Vertical Painting> 시리즈와 그 연장선인 드로잉 작품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고 피규어와 <Shaped Panel Painting> 시리즈 등에서도 특유의 귀엽고 밝은 이미지를 뽐낸다. 고양이로부터 받은 작은 위로를 통해 더 큰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된 작가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의 ‘나나’는 드넓은 우주 속 하나의 빛줄기와 같이 강렬한 희망을 전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하는 <Triumphal Arch of Nowhere>(2015~2019)도 눈여겨볼만하다. 동물, 개선문 등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 문명과 대자연이란 두 개념을 한 화면에 병치해 서로 충돌하는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이경미 특기인 저부조를 만들어 입체감을 살린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 앞에 서 보시겠어요? 사진 찍어드릴게요. 이곳에서 사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나오거든요. 여기가 바로 ‘사진 맛집’이랍니다. 미술을 잘 모르고 마냥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편안하게 경험하러 오세요.” 자유로이 뛰노는 고양이와 눈을 단박에 사로잡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의 작품이 가득한 근사한 쇼룸 같은 아뜰리에에서의 이번 전시는 14일까지 휴무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죽전대로 527번길 100-23, (02)724-78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