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녜요”… 풍선에 띄워 보내는 위로 한마디

입력 : 2020.10.28 10:54

[이경미]
아트조선 아뜰리에 프로젝트 Ⅲ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You Will Never Walk Alone’展
회화부터 설치까지 다채로운 조형 언어
작업실 전체에 벽화 둘러 공간감 살린 구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105x105x11cm, 2020
You Will Never Walk Alone,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105x105x11cm, 2020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어릴 적 놀이동산이나 학교 운동회에서 봤던 기억 때문일까. 한껏 탐스럽게 부푼 은박 풍선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다. 이경미가 그리는 풍선은 한쪽이 찌그러지거나 바람이 빠져 쪼그라들었지만 알록달록한 색감과 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여전하다. 이렇듯 그는 묘하게 어긋나고 때론 똑 맞아 떨어지는 감각의 지점을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채로운 조형 언어로 표현해왔다. 그만큼 볼거리로 가득 찬 근사한 쇼룸 같은 그의 아뜰리에가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개인전을 작업실에 차리고 아트 러버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친 이경미를 만났다.
 
Hidden in Green,  Pigment print on german etching paper, 64x57cm, 2008
Hidden in Green, Pigment print on german etching paper, 64x57cm, 2008
Lavish Love-RB2001,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105x105x11cm, 2019-2020
Lavish Love-RB2001,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105x105x11cm, 2019-2020
 
눈을 단박에 사로잡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을 입은 풍선, 행성, 고양이, 만화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일견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각 소재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보는 이에게 위안을 선사한다는 것. 광대한 칠흑빛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우주비행사, 귀를 쫑긋 세우고 뒤돌아 바라보는 고양이 그리고 ‘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고 쓰인 주름진 은박 풍선 모두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람 빠진 풍선은 비록 절정기는 아니지만, 팽팽하게 날 서 긴장하던 때를 지나 이젠 조금은 편안해지고 현명해진 모습을 상징하죠. 그리고 그런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찬란한 20대를 지나 오늘날 40대에 접어든 제 자신이기도 하고요.” 풍선은 우리네의 삶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겉껍데기는 눈부시나 정작 안은 비어있고, 한없이 연약하며 생명이 짧다는 점에서 말이다.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Solar System At the Moment,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55x55x7cmx9pcs, 2016-2017
Solar System At the Moment,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55x55x7cmx9pcs, 2016-2017
 
또한, 무한한 우주의 태양계와 비교해 인간의 유한함과 사사로움을 인정하는 데서 위로를 받았다고 이경미는 설명한다. “그토록 광활한 우주에서 나란 개인은 점 하나에도 못 미치는 거잖아요. 도리어 저는 그 사실에 힐링이 됐어요. 나의 고민과 갈등이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이들 여러 소재는 때로 하나의 화면을 놀이터 삼아 뛰놀며 어우러지는데, 산재된 여러 이미지는 서로 미묘하게 비끗대면서도 그 가운데 야릇하게 싱크가 맞는 신통함을 보여준다. 마치 수많은 정보가 한데 들어있는 백과사전처럼. “생존 작가로서 제 작업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에는 작가도 전시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라든지 소통 채널이 여러 군데다 보니 오히려 하나의 고정된 상(像)을 추구하기 더 어려운 세상이 아닐까요.” 이경미가 다변적이고 확장되는 작업에 몰두해온 이유다.
 
Yellow- Die Macht Der Familie, Oil and ink on collaged paper, 42x60cm, 2020
Yellow- Die Macht Der Familie, Oil and ink on collaged paper, 42x60cm, 2020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새로운 시리즈 15점에서 이러한 다층적 이미지의 조합이 더욱 두드러진다.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목판화 <묵시록(Apocalypse)>(1498)을 그대로 확대, 재현해 그 위에 수집한 오브제 이미지를 흩뿌리듯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15세기 목판에 인쇄된 묵시록 그리고 21세기 출판물 속의 대중적 이미지가 서로 뒤섞여 50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이질적이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룬다. 신작은 뒤러에 대한 오마주인 셈인데, 15점인 것도 원작의 1번부터 15번까지의 순서와 작품 타이틀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또한, 자체 제작한 우드 패널에 작업해 이경미 회화 특유의 입체감을 살려, 화면에 담긴 정보량의 확장이 조형 언어의 확장과 더 나아가 작품이 내걸린 공간으로의 물리적인 확장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실제 이경미의 작업에서 공간감은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맞춤 제작한 우드 패널에 작업해 원근감을 극대화한다든지, 저부조를 만들어 입체감을 살리는 것은 이경미의 전매특허다.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You Will Never Walk Alone 전시 전경 /박현성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열리는 개인전 ‘You Will Never Walk Alone’을 통해 이경미는 작업실 전체를 하나의 인스톨레이션으로 작품화해 공간 구성과 공간감 실현에 대한 그간의 한을 풀어냈다. 지난해 ‘석주미술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 홍콩, 상하이, 자카르타 등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데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마련했다.
 
작업실 벽 전면에 띠를 두른 모양의 벽화를 제작해, 벽에 내걸린 회화와 천장의 행잉 작품 모두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지는 효과를 줌과 아울러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시를 연출한다. 공감각적 설치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공간을 통해 작품과 소통하고 작업세계를 경험하며 감상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작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다. “미술을 잘 모르고 마냥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편안하게 경험하러 오세요. 이곳에서 사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나오거든요. 여기가 바로 ‘사진 맛집’이랍니다.” (02)724-7832
 
이경미 작가 /박현성
이경미 작가 /박현성
Kyoung Mi As Astronaut, Paper print, 90x90cm, 2011
Kyoung Mi As Astronaut, Paper print, 90x90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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