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19 17:34
[이명호]
개인전 ‘[드러내다]/[drənæna]’
‘들어내서 드러내는’ 신작 선봬…
11월 25일까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드러내다]_섬 #1, 2020, 전체(종이+잉크)-부분(종이+잉크), 104x104cm](https://art.chosun.com/site/data/img_dir/2020/10/19/2020101902269_0.jpg)
하얀 캔버스를 배경으로 나무를 피사체로 삼은 사진 <Tree>와 <Nothing, But>으로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은 사진작가 이명호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11월 25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대표작 <Tree>, <Nothing, But>을 비롯해 새로운 연작 <_[드러내다]/_[drənæna]>을 포함한 30여 점을 선보인다.
신작 시리즈 <_[드러내다]/_[drənæna]> 9점은 모노크롬 회화처럼 하얗게 비어있는 종이를 액자에 넣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프린트한 사진의 종이에 얇게 도포된 잉크를 의료용 메스와 돋보기를 이용해 하얗게 들어내고 여백으로 남긴 것이다. 관객을 사로잡은 사진 속 이미지가 잉크를 벗겨내면 한 줌 가루와 여백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하며 한 겹의 표면 너머에 숨겨진 이미지의 속살을 생각해보게끔 한다.

그의 <Tree> <Nothing, But> 연작은 나무를 단순한 풍경 속 정물이 아닌 회화와 같은 ‘재현’적 이미지로 거듭나게 한다. 이들 사진은 나무 뒤에 하얀색 캔버스가 세우고 대상을 자연적 맥락에서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이로써 나무는 캔버스에 그려진 것처럼 이차원적 이미지로 평면화되고 예술의 대상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광활한 사막 속 펼쳐진 캔버스는 예술의 ‘재연’적 성격에 관한 담론을 상기하기도 한다.

이번 개인전 타이틀 ‘[드러내다]/[drənæna]’는 새로운 연작 <_[드러내다]/_[drənæna]>에서 차용했다. [드러내다]는 동음이의어 ‘드러내다’와 ‘들어내다’의 발음 기호 표기로, 각각 ‘나타나게 하다(사동사/나타나다-주동사)’와 ‘사라지게 하다(사동사/사라지다-주동사)’는 사실상 반대의 의미를 지닌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러내다]/[drənæna]’는 이명호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캔버스-효과(Canvas-effect): 카메라-효과(Camera-effect)’와 같은 철학적 개념과 그 형식을 고스란히 담은 표현인 셈이다.
박천남 미술평론가는 “이명호의 작업, ‘사진-행위 프로젝트’는 ‘사진’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자 실천적 성찰이다. 이명호식 정의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이명호 프로젝트이며 궁극의 목적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 ‘사진-행위’는 미완(未完)이며 간단 없이 이어질 ‘과정’인 것이다. 스스로 작업의 ‘정반합’을 반복하며 자기성찰과 기본의 틀을 확인하고 확장하며 이어질 것이다”고 했다.
이명호는 자연에 대한 경의와 이미지의 재현, 혹은 재연에 관한 심오한 탐구를 결합한 ‘사진-행위 프로젝트’로 국제적 명성을 획득했다. 자연 속에서 완성되는 그의 서정적인 작품은 장 폴 게티 센터, 에르메스 재단, 암스테르담 사진 미술관, 호주 빅토리아 내셔널 갤러리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