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는 야생의 현대사회, 우리의 트로피는 무엇일까

입력 : 2020.10.15 13:33

[김영재]
사냥감, 사냥꾼 조각
화려한 경제적 성과만 우선시되는 현상 꼬집어
28일까지 학동역 젤리스톤갤러리

‘총이 없는 사냥꾼’ /젤리스톤갤러리
‘총이 없는 사냥꾼’ /젤리스톤갤러리
 
지난 7월 서울 학동역 부근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젤리스톤갤러리에서 두 번째 전시로 김영재 작가의 조각을 선보이고 있다.
 
김영재는 작가의 작품활동을 생존을 위한 사냥에 비유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개인전 ‘나는 사냥꾼이 아니다’(2018)에서 처음 선보인 ‘헌팅 트로피’ 연작은 치열하게 살아온 현대인들, 특히 그중에서도 승리를 쟁취한 자들의 삶에 대한 트로피이자 이와 동시에 패배자를 위한 추모비를 상징한다.
 
우람하고 건장한 체격의 남성, 관능적인 여성의 신체 조각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상을 연상하며 이상적인 몸매를 과시한다. 나신이지만 자신이 취한 사냥감을 높이 들어 올린 모습에서 넘치는 자신감과 자랑스러움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목 위에 자신의 머리는 없다. 전리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승리의 영광과 화려한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과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매력적인 껍데기 뒤의 진정한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개인이 이뤄낸 경제적인 성과가 그에 대한 다른 가치 평가보다 우선시되는 현상을 꼬집는다.
 
김영재 개인전 ‘헌팅 트로피’ 전경 /젤리스톤갤러리
김영재 개인전 ‘헌팅 트로피’ 전경 /젤리스톤갤러리
 
작가는 “이미 먹잇감이 충분한 사냥꾼에게는 사냥이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게임일 뿐이며, 사냥감의 생명력은 한 조각의 전리품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저마다 자신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앞다투어 자랑하고 그 과정에서 이뤄진 저급한 행위는 그 성과와 함께 당당하고 가치 있는 행위로 탈바꿈된다. 이와 동시에 물질적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수많은 의미 있는 일들은 무가치한 행위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한편, 젤리스톤갤러리는 인테리어 전문 기업 (주)계선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 높은 품질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모회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가의 작품과 그에 맞는 공간 콘셉트 스타일링을 동시에 제안하고 있다. 김영재 개인전은 이달 28일까지 오전 11시~오후7시 운영된다. 무료.
 
‘헌팅 트로피’ /윤다함 기자
‘헌팅 트로피’ /윤다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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