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에서 작품 보고 갈래요?”

입력 : 2020.09.09 17:43

작가의 실제 작업실에 꾸린 전시
‘아트조선 아뜰리에 프로젝트’
최울가 개인전 ‘인 더 비기닝’, 19일까지

 
특별한 사이일수록 집으로 초대하는 법이다. 화가는 귀한 손님일수록 작업실로 초대한다. 최울가(65)가 파주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자신의 아뜰리에를 개방해 신작을 내걸고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한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가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발이 묶이자, 묘안으로 작업실에다가 전시를 꾸린 것이다.
 
파주에 위치한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최울가 작가.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파주에 위치한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최울가 작가.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8일 개막한 개인전 ‘인 더 비기닝(In the Beginning)’의 관람 예약 리스트는 최울가의 신작을 기다려온 미술 애호가들의 이름으로 꽉꽉 채워졌다. 어린아이의 낙서를 연상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과 원초적인 의식을 캔버스에 담아온 최울가는 고정팬층이 두터운 작가 중 하나다.
 
인간, 집, 자동차, 배, 동식물, 의복 등 다채로운 이미지가 단계적인 배치 없이 평면적으로 어지럽게 그의 화면을 횡단한다. 이미지의 중요도나 순서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이 무질서에서 오는 묘한 카타르시스와 원초적인 자유로움이 중요한 것이라고 최울가는 강조한다. 이러한 고유의 독특한 화풍 덕분에 전시와 아트페어에 내놓았다 하면 팔리는 이른바 ‘완판 작가’로도 알려진다.
 
이처럼 겹침 없이 다채로운 형상을 추구하게 된 건 원시주의를 향한 프리미티프와 샤머니즘에 대한 그의 평생 질문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부터 본능적 표현에 목말라 했던 그가 샤머니즘적 원시성을 색면화하는 작업에 천착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던 것. 모든 것을 섞으면 검은색, 모든 것을 해체하면 흰색이 된다고 하는데, 최울가는 색의 근원과도 같은 검은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대표작 ‘블랙 시리즈’와 ‘화이트 시리즈’를 완성해냈다.
 
최울가 개인전 ‘인 더 비기닝’ 전경 /아트조선
최울가 개인전 ‘인 더 비기닝’ 전경 /아트조선
/김종연 씨영상미디어 기자
/김종연 씨영상미디어 기자
 
그의 작업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최울가는 오랜 시간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해왔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뉴욕 작업실과는 달리, 파주 아뜰리에는 푸르른 자연경관이 주는 안락함과 함께 뉴욕과는 구별되는 영감의 원천이 돼 온 산실이다. 시원시원하게 뚫린 높다란 층고와 전면창으로 자연광이 흠뻑 스며드는 근사한 공간에서 그의 이번 신작 다수가 작업됐다. 
 
작가에게 아뜰리에는 가장 내밀하면서도 민감한 곳이다. 애용하는 재료부터 미완작 캔버스까지 작업실 곳곳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최울가는 이러한 모든 것을 과감히 공개하고 관람객들과 더욱 긴밀한 소통을 하고자 한다. 정형화된 화이트큐브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제 작업실 풍경은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 표면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작업세계의 내면을 한 걸음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으며, 자연스레 널브러진 화구를 관찰하며 작품의 작업 과정도 가늠할 수 있다.
 
최울가 개인전 ‘인 더 비기닝’ 전경 /아트조선
최울가 개인전 ‘인 더 비기닝’ 전경 /아트조선
/김종연 씨영상미디어 기자
/김종연 씨영상미디어 기자
 
최근에는 블랙과 화이트에 이어 레드를 캔버스 위에 새롭게 펼쳐내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근원적인 자유, 순수함을 구현하는 데 제격이죠. 빨강은 색의 정점이에요. 수많은 색깔 중에서도 가장 높은 꼭대기에 서 있는 늠름한 대장 같다고나 할까요. 짧은 시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감명을 주는 색이니까요.”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점으로 물들인 최신작 ‘레드 시리즈’와 대표작 ‘블랙 시리즈’, ‘화이트 시리즈’와 함께 처음 시도한 세라믹 오브제를 공개한다. 특히 이번에는 에폭시 스티커로만 전면 작업한 ‘비틀 시리즈’도 선보인다. 남의 집에 오는 격이라고 지레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 시간대별로 소수 인원만 예약을 받아 일반 전시장보다 더욱 편안하고 프라이빗한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는 19일까지 휴일 없이 11:00~17:00 최울가 아뜰리에(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122)에서 열린다. 예약 (02)724-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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