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울가의 아뜰리에 일기⑤] White & Black Play Series의 시작 그리고 끝없는 여정

입력 : 2020.08.25 10:52
◆[최울가의 아뜰리에 일기]는 작가의 작품과 작업 세계에 영향을 주었던 일상의 기록을 소개하는 코너로 Art Chosun에서 매주 2회 (화,목) 총 6주간 연재됩니다.

옛 뉴욕 작업실 전경 ©최울가
옛 뉴욕 작업실 전경 ©최울가

I. 인간은 무엇 때문에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행복감과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지금도, 내일도 생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즐거움과 행복감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놀이에서 온다. 그 놀이를 통하여 행복감과 즐거움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걸 얻기 위하여 공부하고 그걸 가지기위해서 사업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거의 돈으로 못 할 일이 없는 사회다. 놀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놀이의 즐거움은 그 수도 어마어마 할 것이다. 수많은 DNA에 따라서 그렇게 놀이의 즐거움을 만끽 하려고 목숨을 걸고, 돈을 벌고, 때론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즐거움 속에서 살려고 수많은 놀이의 행복감을 느끼려고 애를 쓰고 찿는다.

그러나 삶에서는 놀이를 통하여 꼭 즐거움만 있는게 아니다. 놀이가 끝나면 허무하고 비애와 고통이 따르고 슬픔과 외로움이 항상 수반되는 것이기에 영원한 놀이도 없고 불멸의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기 일회. 순간순간을 놀이로 생각하고 그 놀이를 통하여 고통과 슬픔, 외로움도 놀이로 바꿔서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 세상은 온통 자기의 무대가 되고 한세상 재밌는 놀이 속에서 살다 갈 수 있을 텐데. 가령 예를 들자면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운동 놀이를 하고 있다 생각하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돈을 주고 해야 하는 운동으로 바꿔 생각한다면, 싫어하는 일들 또한 놀이라는 운동으로 변화된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세상은 모든 게 즐거운 놀이가 아닌 게 없다.

그렇다 나는 그런 너무나 쉽고 단순한 놀이의 학문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17년째 회화적 토템으로, 때론 샤머니즘의 선으로, 때론 기호와 더불어 장식성과 회화성의 오묘한 줄타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II. 그림 속에는 끊임없이 사물의 반복적인 등장 그리고 변화됨이 없는 색상은 더 이상 내가 표현 할 수 있는 한계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이, 작가 개인이, 색, 조형, 선, 이미지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의 한계, 작가 개인의 환경과 시대가 해석하는 정치, 사회성 이런 것들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더 반복적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흰색과 검은색 그 위에 풀어 놓고 인간의 놀이의 감각을 때론 혼미하게 때론 계산된 정교하게 퍼즐처럼 맞춰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매달리고 달렸던 지난 시간 속에서 찿아 낸 비밀스런 실타래들이 이제는 조용히 나의 힘 빠진 의지 속에서 놀고 있음을 느꼈다.


III. 놀이는 어쩌면 슬픔과 비애 속에서 도망치려는 몸부림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속에서 싸웠고 벗어나기 위하여 삶 속에 존재하는 수 많은 기법들을 사용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의 탈출을 꿈꿔왔고, 그 꿈의 종착지는 언제나 달콤한 놀이로서의 행복감을 찿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보이지 않는 목표인지도 모른다.세계가 글로벌적인 현실 속에서 바이칼 호수 같은 상업적 모듈이 도처에 존재하는 이 시대에 이제 낡은 틀을 벗을 것이다. 반복적인 것을 미워했던 지난 날의 정신적 얄팍함을 스스로가 뒤돌아보면서 지금의 그림들에게 또 다른 세계로 접근 할 수 있는 문을 열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흠모했던 고갱, 베이컨, 뒤뷔페, 바스키아, 이제는 면면히 그들에게서 떠나고 싶다. 오늘날 작가의 상징성을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매김 하는 사회가 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나의 그림들도 이제는 그 회화적 놀이의 표현과 기호가 추상적이거나 때론 추상적 오브제로 변모되어 놀이라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형식과 조형을 오브제로도 나타내는 포괄적인 화법까지 오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이제는 FREEDOM 이라는 자유의 날개를 단 느낌이다. 2018년 내년은 나의 회화가 출가한지 40살이 되는 해이고 Play Series 18년째이다. 인간이 그렇게 찿고싶어 하는 놀이의 극점에 가까이 온 것 같은 느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길 바라며 조각처럼 부셔지는 놀이의 결정체에 더욱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2017년 9월 16일 브루클린 Greenpoin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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