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온 김에 아트 쇼핑할까?… 굿즈로 만나는 작품

입력 : 2020.07.22 21:23

구슬모아당구장, 광화문 디타워로 이전 후 첫 전시
‘굿즈모아선물의집’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디자인, 설치 등… 12월 31일까지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민트색과 핑크색이 점령한 몽환적인 공간에 홀린 듯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섬세한 오브제와 앙증맞은 굿즈를 하나하나 보는 재미에 흠뻑 빠진다.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만 보던 아기자기한 인형집 실사판이다.
 
대림문화재단 ‘굿즈모아’ 시리즈 전시가 서울 광화문 디타워 1층에 차려졌다. 한남동에 있던 구슬모아당구장이 맛집들이 입점해 있는 디타워로 이전 후 선보이는 첫 전시다. 이번 전시 ‘굿즈모아선물의집 – GOODS FOR YOU’는 타이틀 그대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던 축하, 감사, 위로 등 우리의 생애를 가득 채우고 있는 크고 작은 순간의 단편적인 모습을 하나의 ‘집’이라는 공간으로 담아냈다. 가구, 패브릭, 조명 등 우리에게 집을 구성하는 익숙한 오브제들 안에 작가들의 작품과 메시지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전달한다.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디자인, 설치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국내 젊은 아티스트들의 공간 디자인, 굿즈, 오브제 등으로 꾸렸다.
 
전시 관계자는 “구슬모아당구장이 광화문으로 이사 오면서 직장인들이 언제든 숨어들 수 있는 도심 속 별장이 되길 바랐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달력을 넘기며 서로 경조사를 챙겨주고 중요한 시간을 기다리던 설렘, 누군가를 초대하고 초대받으며 가까운 사람들과 나눴던 진솔한 메시지 등 잠시 잊었던 소중한 감정을 떠올리며 일상을 풍요롭게 환기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디타워에 왔다가 전시장을 들른다는 직장인 관람객이 많다. 따로 전시장 출입구가 있지 않은 탓에 로비를 걸어가다 ‘나도 모르게’ 유입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기발하고 깜찍한 굿즈들이 남녀노소 불문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시선과 태도로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12팀이 이번 전시에 함께한다. 노트 속에 숨어있던 따뜻한 그림을 고유한 패턴으로 탄생시키는 마키토이, 몽환적인 색채를 사용해 현실에서 느껴지는 환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로지킴, 선만으로 다양한 색깔의 행복과 사랑을 공유하는 유총총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이 전해지는 작품들로 관람객을 맞는다.
 
같고도 다른 기억이 깃든 풍경을 그려내는 쌍둥이 아티스트 김수진&김수현, 실소를 자아내는 상상 속 감정을 한 장면 안에 과감하게 표현하는 서정하, 복잡한 고민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만화가 혐규의 작품은 노여운 순간들도 위트 있게 표현해 마음속에 남은 불편한 감정을 날려보낸다.
 
악몽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과 장면들을 밝고 경쾌한 색으로 기록하는 기영진의 손길이 더해져 슬픔도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작품이 우리를 위로해준다. 즐거운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 행복 에너지를 전달하는 드로잉메리, 완벽하지 않아서 더 귀여운 인형을 만드는 코미디 조각 연구가 띠로리, 소소한 에피소드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는 리루, 감각적인 촌스러움을 손맛이 묻어나는 굿즈로 만드는 아무개씨, 신화적 상상력으로 회화, 드로잉, 설치 작업을 결합해 이야기를 짓는 이주영의 작품들도 눈여겨봄 직하다.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이렇듯 재치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직장 동료와 비교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또한 두루마리휴지, 미니트로피, 파티 모자, 쿠션, 포스터액자 등 다양한 형태로 굿즈가 출시돼 이때 느낀 유쾌한 감상을 고스란히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굿즈모아’ 시리즈는 아트 컬렉터가 그림을 사듯이 누구나 굿즈가 된 작가의 작품을 경험하고 소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작품과 굿즈의 경계를 허물고 작가주의를 넘어서는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굿즈 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오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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