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빛 Haven of Light>展

입력 : 2020.07.17 09:54
●전 시 명 : <서러운빛 Haven of Light>展
●전시기간 : 2020. 7. 7 ~ 8. 15
●관람시간 : 화 ~ 금 11:00 ~ 18:00, 토 ~ 일 12:00 ~ 18:00
●전시장소 : P21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74)
●문     의 : 02-790-5503
●출품작가 : 권현빈, 오종, 한진
 
권현빈 <모두-하나 그리고 빛> 44x60x4cm Travertine and ink 2020
권현빈 <모두-하나 그리고 빛> 44x60x4cm Travertine and ink 2020
 
이번 전시는 독립기획자 장혜정의 기획으로, 제 몸을 갖지 못한 그래서 나타남과 사라짐을 동시에 수반한 대상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기억하는 태도를 공유하는 작가 권현빈, 오종, 한진이 참여하고 이들의 태도와 결과물은 무형의 것이 머물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하는 행위로 해석되며 함께 놓인다.
 
권현빈 <모두-하나 그리고 빛> 34x50x4cm Travertine and ink 2020
권현빈 <모두-하나 그리고 빛> 34x50x4cm Travertine and ink 2020
 
작은 가지 끝 마디마디도 선명해지는 한낮부터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한밤에도 빛은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서럽게도 빛은 제 몸을 갖지 못했는데, 우리는 무엇으로 이 무형의 존재를 보는 걸까. 어쩌면 그것은 비어있는 시간일 수 있다. 《서러운빛 Haven of Light》의 권현빈, 오종, 한진은 나타나면서 사라지고 마는 무형의 존재들을 머물게 하기 위해 나타남의 순간을 복기한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차는 우리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공백이 된다.
 
오종 <Room Drawing (light & rock) #1> Mixed media_size variable 2018
오종 Mixed media_size variable 2018
 
하늘을 톡톡 치는 분수의 꼭대기를 생각한 기존 작업이 그랬듯, 권현빈은 대상의 가시적인 현재의 상태를 가능성 응축된 하나의 기점으로 바라보고 그것과 연결된 또 다른 영역과 시간을 상상한다. 권현빈은 작업실에 앉아 무심히 놓인 돌 위에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빛과 구름의 그림자를 바라보거나 혹은 그 돌이 떨어져 나오기 전에 가졌을 더 큰 덩어리 등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순간들과 존재를 새겨낸다. <모두-하나 그리고 빛>(2020)에는 돌이 품고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과 순간들이 한발 늦게 그러나 단단하게 새겨져 있다.
 
오종 <Room Drawing (light & rock) #1> Mixed media_size variable 2018
오종 Mixed media_size variable 2018
 
기억이라는 불완전한 방식으로 소멸하는 것들을 붙잡으려 애쓰는 한진은 유실의 서러운 숙명을 인정한 채 더 오래 기억하는 길을 택한다. 한진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주워 붓 대신 사용하여 겹겹의 공기로 화면을 채우는 동안(<바람의 노래 #1>(2012)), 이쑤시개로 얹히듯 혹은 찌르듯 소금처럼 빛나는 밤의 빛을 그리는 동안(<스민 밤 #1>(2016)), 그리고 빗줄기로 또는 눈물로 흩어지고 흐려진 풍경을 문지르듯 더듬어내는 동안(<흩 #1>(2016), <밤의 소절 #2>(2015)), 끊임없이 사라지는 대상을 생각하고 감각한다. 그렇게 한진의 시간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화면은 그 앞에 머물며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시계 태엽을 되감듯 점점 더 가까운 풍경이 된다.
 
한진 <바람의 노래 The Song of the Wind #1> 162.2x112.1cm Oil on Canvas 2012
한진 <바람의 노래 The Song of the Wind #1> 162.2x112.1cm Oil on Canvas 2012
 
가느다란 실, 미세한 광택을 가진 안료, 약간의 무게를 지닌 체인 등 가장 최소한의 제스처로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희미한 존재들이 비로소 나타나게 하거나 다시 사라지는 순간을 유예시키는 오종은 오랫동안 한 공간에 머물며 발견된 내부의 건축적 구조, 그림자나 모서리 등을 축으로 삼아 서로를 잇는 가상의 선을 그린다. <Room Drawing (light & rock) #3>(2020)에서 오종이 그린 선들은 P21의 공간에 시시각각 다르게 새어 들어오는 빛과 공간을 가득 메우는 공기를 바라보게 하고, 권현빈과 한진의 작업 사이의 분리된 시간과 기억을 희미하게 잇는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공백은 이미 사라진 것의 은신처가 된다.

장혜정 (독립기획자)
 
한진 <밤의 소절 Verse of a Night #2> 76x57cm Pencil on Cotton Paper 2015
한진 <밤의 소절 Verse of a Night #2> 76x57cm Pencil on Cotton Pap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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