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 5000개가 모여 이룬 거대한 희망의 숲

입력 : 2020.07.08 12:26

대구미술관, 최정화 대형 설치 ‘카발라’

카발라(Kabbala), 2013, 가변설치(16m), 플라스틱 바구니, 철 프레임, 대구미술관 소장
카발라(Kabbala), 2013, 가변설치(16m), 플라스틱 바구니, 철 프레임, 대구미술관 소장
한국인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붉은색, 녹색 소쿠리 5376개가 쌓여 거대한 숲을 이뤘다. 16m 높이에 이르는 최정화의 대형 설치 작품 <카발라>(2013)다. 
최정화는 삶의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물을 수집하고 쌓고 조합해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이를테면 대량 생산된 싸구려 소쿠리, 빗자루, 실내화, 타이어, 냄비 등을 이용해 건축적인 조각과 조형물을 만들어 낸다. 공공미술까지 확대되는 최정화의 작품 세계는 팝, 키네틱, 키치적인 요소 등을 넘어서 한국인의 삶에 깃든 일상성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일상 속 생활용품을 하나의 현대미술로 재탄생하 그의 작품세계가 종종 ‘연금술’로 비유되는데, 이는 작품명 ‘카발라(Kabbala)’의 어원과 궤를 같이 한다. 카발라는 유대교 신비주의의 근본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 변환설’을 바탕으로 값싼 물질을 금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던 연금술은 실제로 금을 만드는 것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용한 물질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정화 역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역이용해 일상의 재료도 현대미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이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시민들을 위한 전시를 마련했다. 내년 1월 3일까지 미술관 어미홀에 최정화의 <카발라>를 걸어놓는다. 
박보람 대구미술관 학예사는 “일상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하찮은 물건들이 모여 예술작품이 된 사례를 보며 희망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관람 예약은 인터파크로 접수할 수 있으며, 매주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운영, 1일 200명 사전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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