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01 09:00
임지빈 ‘에브리웨어 프로젝트’,
홍대 앞 서드뮤지엄 신관 부지에 설치


베어브릭 형상의 작업을 활용한 패션브랜드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임지빈(36)은 소수만의 난해한 예술이 아닌 모두가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미술을 지향해왔다. 2011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작가의 베어 벌룬을 직접, 설치, 촬영해온 ‘에브리웨어’ 프로젝트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번잡한 도심 속 장소, 폐허와도 같은 개발 공간, 광활한 자연에 이르기까지 그는 베어 벌룬 하나로 일상의 평범한 공간을 특별한 감성적 장소로 바꿔놓는다.

그러나 임지빈의 작업이 단순히 흥미 위주의 예술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듯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베어 벌룬은 때로는 비좁은 건물 속에 몸을 구겨 끼어 있기도 하다. 이는 삶의 여유를 즐길 틈 없이 각박하게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된 생활을 표상한다. 동시에 배금주의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상처와 소외 등 현실적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아낸다. 명품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뿔이 나 분열적인 형상의 가변적인 베어브릭을 통해 이를 드러내는데 특히 ‘너로 인해 나는 아프다’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다. 작가는 해당 작업 속의 베어브릭을 ‘슬레이브(노예)’라 칭하면서 소유욕의 노예인 현대인을 지적한다.

작가의 대표작 에브리웨어 프로젝트를 비롯한 신작 다수가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서드뮤지엄에 내걸렸다. 본관과 신관부지 두 곳에서 동시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은 ‘모두를 위한’ ‘모든 곳을 향하는’ ‘지금, 여기’ 등 세 가지 테마로 나눠 구성된다. ‘모두를 위한’은 그가 추구하는 대중적인 지향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꾸려지며, 특히 작가의 시그니처인 베어브릭을 캔들로 제작한 신작도 공개된다. ‘모든 곳을 향해’에서는 전 세계를 이동 중인 작가의 에브리웨어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서드뮤지엄 신관부지에 설치돼 색다른 풍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폐허와 같은 분위기의 공간을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미술관과 같은 특별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지금, 여기’ 섹션에서는 동시대 현실, 문화를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한 성찰을 다룬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