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송은미술대상의 주인공은… 후보 작가 4인4색展

입력 : 2019.12.24 15:30

곽이브·권혜원·이은실·차지량 참여, 내년 2월 15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

차지량作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 40분 다채널 영상 설치 2019 /송은 아트스페이스
차지량作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 40분 다채널 영상 설치 2019 /송은 아트스페이스
 
송은문화재단은 젊고 유능한 미술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고자 고(故) 송은 유성연 ㈜에스티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됐다. 송은미술대상은 그가 깊은 애정을 갖고 추진했던 한국 미술 문화 발전의 뜻을 기리기 위해 유상덕 이사장이 2001년에 제정한 상으로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미술 작가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공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올해 공모에는 260명이 지원했으며 온라인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29명의 작가가 본선 심사를 받았다. 대상 작가 선정을 위한 제19회 송은미술대상 전시가 내년 2월 15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며 최종 후보자 곽이브, 권혜원, 이은실, 차지량이 참여한다.
 
차지량은 미디어를 활용한 참여 프로젝트를 진행해 제도와 개인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이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채널 영상 설치 신작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와 공간 연출 작업 ‘개인의 장벽, 개인의 날개’를 함께 선보인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난 날을 기점으로 여러 거처에 머무르며 갖게 된 시점과 개인의 여정을 연주와 편지에 담아 전달한다. 이는 자신의 삶을 점검하는 행위이며 전시를 통해 관객과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권혜원作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 8분 34초 6채널 HD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2019 /송은 아트스페이스
권혜원作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 8분 34초 6채널 HD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2019 /송은 아트스페이스

 
특정 장소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서사로 재구성한 권혜원의 영상 작업은 과거의 사소한 단서에서 시작해 개인 혹은 집단의 흔적을 추적하는 오랜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역사의 기술 방식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과거를 유물로 밀어내는 관습적인 형식 대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데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다. 우연적인 발견과 상상의 개입을 포함하는 작업은 우리의 인식 밖의 시공간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게 만든다. 작가의 신작 ‘유령과 괴물들의 풍경’은 아스팔트와 지상에서 내려온 나무뿌리, 곰팡이, 라스코 동물의 사슴 벽화, 학살을 위해 동굴로 숨어든 과거 사람들, 박쥐, 용암, 기화하는 수증기가 얽히고설켜 시간과 존재의 경계가 허물어진 동굴 풍경을 담고 있다.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는 아크릴과 반사필름 등의 재료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업이다. 벽면과 바닥에 설치된 다양한 크기의 영상은 겹치거나 서로를 반영한다. 용암, 지구, 곰팡이 등 비인간적인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행위예술가를 통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인간의 역사를 탐구한다.

 
곽이브는 우리의 삶 속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으로 도시환경 건축을 관찰해 재조립한다. 작업은 주로 스케치한 형태를 평면 매체로 제작하고 이를 전시 공간에 임의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2차원의 평면 물질이 어떤 조건에서 입체화되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보편성, 통속적인 연상 체계 등을 시각화해 종합적으로 감각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스몰과 라지 사이’는 전시장 안의 벽과 천장, 창문, 가벽 등 기존의 구조를 활용해 7가지 작업으로 구성한 설치 작품이다. 그는 평면 이미지가 지닌 입체적 잠재성과 대량 인쇄된 이미지의 반복이 영상처럼 느껴지는 것에 주목해 크고 작은 것을 오가며 자신의 크기를 가늠하고 적합한 규모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은실作 < BIONIC PENIS, PRESS THE BUTTON! > 243x540cm 장지에 수묵 채색 2019 /송은 아트스페이스
이은실作 < BIONIC PENIS, PRESS THE BUTTON! > 243x540cm 장지에 수묵 채색 2019 /송은 아트스페이스
 
동양화 기법으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욕망을 살펴보는 이은실은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한국화에서 벗어나 권력욕이나 성욕을 화폭에 담는다. 주로 동물과 같이 털이 달린 형상을 빌어 은밀하게 혹은 도발적으로 나타낸 인간의 본능은 뿌옇고 몽롱한 배경과 세밀한 묘사가 공존하는 수묵 채색화의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원초적인 욕망의 근원과 이면을 탐구해 사회 안에서 억압되고 변질되는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Concealed Ovulation’은 세로 길이 5m의 대형 작업으로 관람객은 2층과 3층을 오가며 다양한 눈높이에서 이를 감상할 수 있다. 전면에 설치된 미닫이문을 통해 감상하게 만드는 관음적 장치는 마치 은밀하게 감춰진 누군가의 내면을 엿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Superposition State’는 인간의 일차적 욕망이 해소되는 집을 주제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간에 쌓인 욕망이 정해진 틀 안에서 기이하게 변형돼 가는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다. 작품의 주를 이루는 시각적 요소인 입체 도면은 방과 거실로 이뤄진 흔한 가정집을 연상해 안정적 규범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BIONIC PENIS, PRESS THE BUTTON!’은 맹수인 호랑이에 인간의 권력욕을 빗댄 작업이다. 화면 중심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성기 주변에 달린 조작 단추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사라진 음경골’ ‘Rise Like a Pheonix’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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