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06 17:51
박미라의 ‘밤물결’, 내년 1월 19일까지 경기도미술관

‘퀀텀점프 2019 릴레이 2인전’ 중 두 번째 전시인 박미라의 ‘밤물결’이 내년 1월 19일까지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퀀텀점프는 하나의 에너지가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로, 경기도미술관과 경기창작센터가 협력해 젊은 예술가의 창작을 지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다양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다.

도시를 산책하며 숨겨진 검은 그림자를 들춰 기록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마치 범죄 현장의 수사 요원이 단서를 수집하듯 주변을 살펴 작은 틈새의 변화를 감지하고 조사한다. 그는 주로 검은색의 재료를 사용해 평면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해 겹겹이 쌓인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파헤친다. 이번 전시는 감정의 취약성과 예민함이 가장 고조되는 밤이라는 시간에 주목한다. 세 편의 애니메이션과 15점의 소묘로 구성된 ‘밤물결’은 어두운 밤에 더욱 증폭되는 공포, 불면증, 빛의 부재, 어둠, 암흑, 검은색 등의 키워드에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가상의 이야기다.

불빛 하나 없이 어두운 밤에는 시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만큼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 작가는 이러한 밤의 양면성에 흥미를 갖고 종이에 펜으로 하나하나 기록하듯 그려 텅 비어 보이는 검은 밤 풍경을 수많은 의미와 서사로 채워 나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벽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애니메이션을 투사하는 방식을 사용해 그가 최근 연구하고 있는 움직이는 벽화를 실현했다.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수상한 도시의 밤 풍경을 돌아보며 산책자가 되어볼 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