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06 16:02
을갤러리 (11. 19 - 12. 21)
■전시정보
전시제목 : 최상흠 개인전
전시일정 : 2019. 11. 19 - 12. 21
전시장소 : 을갤러리
주소 :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로 134

■전시소개
최상흠이 오는 21일까지 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다. 작가는 산업용 투명 레진 회반죽에 아크릴 물감과 경화제를 혼합해 만든 자신만의 물감을 활용해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105개의 조각을 이용한 대형 설치 작업과 소묘를 통해 그의 작업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내용
검은 단색화처럼 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사실 공업용 도료로 제작된 30개의 조각이 벽면에 설치된 것이다. 조각은 가로 12cm, 세로 9cm, 높이 2.5cm의 틀에 특별히 제조한 물감을 부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작품을 측면에서 바라보면 두께가 두꺼워 전통적인 회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조색할 때 매번 미세한 차이를 갖도록 해 벽면에 설치된 조각들은 동일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색을 지닌다.

물감을 붓고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행위를 수십 차례 반복하는 작가의 작업 과정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사는 우리처럼 그는 반복 행위로 차곡차곡 쌓인 물감의 층을 통해 작품의 삶을 드러낸다. 물감의 층으로부터 우러나온 오묘한 색채는 어느 물감 업체나 팔레트에서도 만들어 낼 수 없다. 조각조각 각기 다른 색을 영롱하게 뿜어내는 그의 작업을 통해 담담하고 섬세하게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3점의 소묘 연작은 언뜻 보기에 목탄으로 화면을 가득 칠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뾰족한 것으로 파낸 듯한 선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프랑스의 아르슈 판화 용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직선으로 칼집을 내 흑연 가루를 뿌리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그가 칼로 낸 상처는 수직선과 수평선을 이루는데, 설치 작품에 사용되는 조각과 가로세로의 비율이 같다.

1105개의 조각이 빼곡하게 설치된 대형 작업은 붉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녹색 계열로 이뤄져 있다. 이 조각들 또한 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어 세심한 고려와 적잖은 노동의 결과로 탄생한 작품임을 말해준다. 매일 미세하게나마 변하는 우리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 역시 단순한 반복을 넘어 차이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의미 없는 반복 행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