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22 15:08
셰익스피어의 명작 현대화… 12월 4일~29일 명동예술극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셰익스피어의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명작 ‘한여름 밤의 꿈’이 즐거운 에너지와 재치 있는 대사로 꿈결 같은 시간을 선물한다.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등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는 엇갈린 연인의 사랑과 갈등이 녹아있다. 사각관계에 놓인 네 명의 젊은이는 숲에서 잠든 사이 우연히 마법에 빠지고, 연극을 준비하던 노동자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만난다. 요괴, 마법 등 환상적인 요소가 가득해 셰익스피어의 풍부한 상상력을 십분 느낄 수 있어 현대 판타지 소설의 원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극은 원작이 가진 낭만성을 걷어내고 철저하게 B급 코미디를 표방한다. 흔히 요정으로 번역되는 신비로운 존재를 장난기 가득한 사고뭉치 요괴로 설정해 역할의 무게를 덜어내는 등 작품 전반에 유쾌함을 더한다. 농담인 듯 농담 같지 않은 장치가 작품 곳곳에서 관객에게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지배 계급과 노동 계급 사이의 ‘갑질’을 적나라하게 그릴 뿐 아니라 사랑을 무기로 한 연인 사이의 갈등, 아마추어 연극을 준비하는 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연출가와 배우 간의 위계를 꼬집으며 인간사의 다양한 갈등을 드러내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공감과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창작극과 번역극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문삼화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고전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관객이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현시대와의 접점을 찾아간다. 원작 속 직공을 오토바이 배달원, 인형 탈 아르바이트생 등 오늘날의 노동자로 옮겨와 공감을 더하고 잘 갖춰진 상류층의 허세와 괜찮은 척하는 연인 관계의 위선을 통해 현실을 풍자한다.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계급 간의 충돌이 발생하고, 사랑에도 어쩔 수 없이 조건이 개입된다”고 말하는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웃음 속에 뼈가 있는 국립극단만의 ‘한여름 밤의 꿈’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내달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