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좋은 영향력 끼치는 ‘착한그림’ 보러 오세요”

입력 : 2019.11.20 12:12

[피에르 마리 브리쏭]
‘지구 수호’ 작가… 식물 형상 통해 환경 보전 메시지 전달
“식물의 이타성이 인간에게 전해지길”
조선일보미술관 기획전 ‘2019 Art Chosun on Stage Ⅴ’
<클라우트: 에덴동산으로의 귀환> 12월 5일 개막

Clout25 150x150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 2016 /아트조선
Clout25 150x150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 2016 /아트조선
지중해 한가운데서의 선상 작업은 작가에게 큰 예술적 영감이 돼 준다. ⓒPierre Marie Brisson
지중해 한가운데서의 선상 작업은 작가에게 큰 예술적 영감이 돼 준다. ⓒPierre Marie Brisson
 
볕도 바람도 풍부하고 따스한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에그 모르트에서 생활하는 덕분에 피에르 마리 브리쏭(Pierre Marie Brisson·64)에게 강과 바다는 일상이다. 지중해로 이어지는 론 강 하구를 따라 빼어난 경관을 영감 삼아 선상(船上) 작업을 한다. “배를 타고 나가 지중해를 둘러보면 바다의 황폐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실감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절대 둔감해져선 안 된다. 그 어떤 것도 바다에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이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는 육지와 바다 사이를 여행하는 작가이자 지구 온난화, 바다 오염에 주목하는 자연환경 관찰자로, 바람에 흩날리고 햇볕을 흠뻑 쬔 식물들의 이미지를 담는다. 1994년 프랑스 남부에 작업실을 꾸린 그는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곡선과 동식물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이를 캔버스에 나타냈다. 그중에서도 식물의 조형미와 그에 담긴 생명의 흔적을 구현하는 데 몰두해왔다. 화면에 핀으로 고정해놓은 종이 이파리가 바닷바람에 마치 살아있는 듯 휘휘 흔들린다. 
 
ⓒGilles Bastianelli
ⓒGilles Bastianelli
지난여름 프랑스 작업실 풍경. 구겨지고 찢어진 종이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식물 모양으로 잘라낸 종잇조각을 캔버스 혹은 나무 패널에 붙이고 또 떼어낸다. ⓒGilles Bastianelli
지난여름 프랑스 작업실 풍경. 구겨지고 찢어진 종이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식물 모양으로 잘라낸 종잇조각을 캔버스 혹은 나무 패널에 붙이고 또 떼어낸다. ⓒGilles Bastianelli
 
세 가지 식물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차용하는데, 새, 물고기, 나비 등의 형태와 함께 얽혀 표현된다. 20여 년 전 초기 작업부터 활용해온 아칸더스 잎은 서양 건축 양식인 코린트 기둥의 모티브로, 이를 전면에 배치해 고대 그리스 유적에 빠져 살았던 작가의 청소년기를 상기하는 동시에 그때의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근래 그의 캔버스에 새롭게 등장한 두 식물이 눈에 띈다. 넓적한 잎사귀가 특징인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1m 이상 자라면 스스로 잎을 잘라내고 구멍을 뚫어 바람과 빛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인간에게 휴식처가 돼 주는 헌신적인 식물이다. 브리쏭의 또 다른 소재인 개똥쑥 형상은 말라리아 치료 성분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를 본 이후 캔버스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식물들이 지닌 이타성이 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투영돼 지구, 동식물,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세상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와 같은 작가의 선한 의도는 국제적으로도 공감을 얻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지난 30여 년간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활발히 전시 활동을 펼치며 미국 미술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로스앤젤레스 페이지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아헨바흐 재단, 프랑스 까르띠에 그룹, 일본 닛산 컬렉션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재력가이자 유명 컬렉터인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는 브리쏭의 대표적인 컬렉터로서, 작가의 작품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lout1 200x400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wood 2019 /아트조선
Clout1 200x400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wood 2019 /아트조선
Clout3 100x100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wood 2019 /아트조선
Clout3 100x100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wood 2019 /아트조선
 
조선일보미술관 기획 ‘2019 Art Chosun on Stage Ⅴ’ 브리쏭 개인전 <클라우트: 에덴동산으로의 귀환>이 12월 5일 개막한다. 자연에 대한 예술적 영감의 영향력을 표현한 연작 ‘클라우트(Clout)’을 내보인다. 에덴동산은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완전한 생명의 근원으로서, 환경 보존에 많은 관심을 두고 이를 소재로 적극 활용해온 작가에게는 정신적 세계의 근간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질 바스티아넬리 큐레이터는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오늘날, 순수한 자연환경을 의미하는 에덴동산으로 회귀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타이틀을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브리쏭이 아프리카 주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국제 NGO 희망고재단에 작품을 기증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 또한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한다고 여기는 작가는 작품 기증을 통해 재단의 선행에 동참, 힘을 보태고자 한다. “조그마한 격려가 한데 모인다면 강렬한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 타이틀이 ‘클라우트’, 즉 ‘영향력’이란 뜻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를 누르듯이 긍정적인 영향력이 공유되고 또 공유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전시는 12월 15일까지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코리아나호텔 뒤편)에서 열리며 오프닝은 5일 오후 4시다. (02)724-7832
 
Clout10 73x92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 2019 /아트조선
Clout10 73x92cm Mixed media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 2019 /아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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