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14 19:26
‘베이징에 부는 바람’展, 중국 작가 22명 참여해 50여 점 선봬

2000년 이후 중국에서 전개된 사회, 정치, 문화적 변화와 이에 따른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는 기획전 ‘베이징에 부는 바람’이 열린다. 경제 개혁, 문화 혁명 등 1980~90년대의 급진적 사회 변화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중국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변화하는 국제 사회의 역학 관계 내 중국의 위상과 최근 20년간 사회 내부로부터 발현한 새로운 기류 속에서 중국 예술가의 예술 실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명한다.
전시 제목은 중국 작가 쥐안치(雎安奇)의 작품 ‘베이징에는 강풍이 분다’에서 착안했다. 작품이 제작된 2000년대의 중국 사회는 급격한 도시화와 국제화, 상업화를 겪었다. 정치적인 저항과 해방 운동으로 점철된 이전 세대와는 달리, 근대화를 거치면서 예술가는 개인의 주체성을 새롭게 자각하려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작업했다. 개인의 자유와 주체적 삶의 방식과 함께 상업 미술 시장의 기제를 체화한 예술가는 극도로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표현 방식에서 자연스레 벗어나, 냉담하고 객관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의 감시나 정부의 검열과 같은 중국의 뿌리 깊은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의 역사를 전복하기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맥락에서 예술을 파악하려는 양가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베이징에 부는 바람’은 중국에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의미하며 현실을 인식하는 시각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최근 20여 년간의 중국 동시대 미술 흐름을 조명해 풍부하고 복합적인 중국 예술가의 새로운 움직임을 읽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예술이 사회적 변화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지점을 포착하고, 나아가 지역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2월 2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