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0.23 13:23
이윤이 개인전 ‘싹 다 살아졌음’, 내달 9일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작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이윤이가 개인전 ‘싹 다 살아졌음’을 내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가진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실재와 허구를 뒤섞어 시적인 언어와 음악을 통해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한 편의 영상과 일곱 점의 설치물로 이뤄져, 갤러리 외부와 내부에 전시된 상징적 오브제와 영상은 작가의 이야기로 안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혹은 사고나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그로 인해 갖게 되는 각종 기록에 주목한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엑스레이(X-ray) 촬영본과 같은 직접적인 소재에서부터 신체 스캐너를 연상하는 오브제까지 은유적 설치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형태가 생략된 광원은 통증 완화나 온열 효과에 도움을 주는 의학 용품에 쓰이는 적외선전구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엑스레이(X-ray) 기록을 활용한 ‘검은 간 토기’나 ‘등치고 간 내기’에서 마주하는 몸 내부의 정보는 지극히 사적인 동시에 보편적이다.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달라진 몸은 마치 타자처럼 느껴지며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몸에서 마음으로, 다시 마음에서 몸으로 영향을 미치며 형성되는 순환 고리는 ‘10월에서 6월’ 속 내용과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읽게 만든다. 15세기 연금술 책의 목판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상 작품에는 작가의 태도와 정서가 담긴 내레이션이 입혀져 사회로부터 쉽게 분리될 수 없는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개인과 익명, 몸과 마음, 안과 밖을 넘나들며 오늘도 무수히 사라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수많은 개인의 초상을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