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0.11 18:36
기술로 쇠약해진 신체와 중세 이미지 결합해 기묘한 디스토피아 표현

인류의 현재를 고찰해 미래를 상상하는 기획전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이 11월 17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새로운 암흑의 시대를 불러내는 주문처럼 들리는 전시 제목은 과거와 미래를 뒤섞으며 시간을 선형적으로 인지하는 습관을 방해한다. 전시는 원시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 시대의 환상과 기괴함 그리고 디스토피아적 묘사를 통해 미래를 그린다. 중세적 요소는 다른 생명체나 변형된 신체 일부와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결합돼 현시대의 부조리, 폭력, 욕망을 드러낸다.

전시 기획은 덴마크의 현대미술관 쿤스트할 오르후스의 예술 감독이자 내년 부산 비엔날레 전시 감독으로 선정된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맡았다. 전시명에 붙는 숫자는 4편으로 시작해 시리즈가 이어지는 ‘스타워즈’의 개봉 순서를 차용한 것으로, 10편으로 기획된 일련의 전시 중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선 전시 공간을 구성했던 건축 요소를 떼어내 재사용하기 때문에 매번 배치가 달라지고 새로운 작업이 진열된다.
이번 전시는 이미래, 최윤, 제레미 블레이크 등 국내외 작가 20명이 참여해 영상, 설치, 소묘, 음향 작업을 소개하며, 기술로 인해 오히려 쇠약해진 인간 신체를 새로운 형태로 재가공해 이에 따른 혼란과 불안정성을 우리 사회와 결부시킨다. 예측불허의 시간 여행 속에서 시차를 겪으며 오래된 미래나 새로운 과거를 마주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