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금展 <한없는 관용(Infinite Tolerance)>

입력 : 2019.09.26 10:39

갤러리 바톤 (08. 30 - 10. 02)

 
■전시정보

전시제목 : 한없는 관용(Infinite Tolerance)
전시일정 : 2019. 08. 30 - 10. 02
전시장소 : 갤러리 바톤
주      소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6
 

< Memory Board. 4 > 105x75cm Artificial Pearl Beads, Adhesive, Ball Pen on Paper 2019 /갤러리 바톤
< Memory Board. 4 > 105x75cm Artificial Pearl Beads, Adhesive, Ball Pen on Paper 2019 /갤러리 바톤

 
■전시소개

갤러리 바톤은 10월 2일까지 고산금의 개인전 ‘한없는 관용’을 진행한다. 고산금에게 텍스트는 이미지다. 마치 화가가 특정 사물의 외양에서 불현듯 영감에 휩싸이듯이, 작가는 자신이 몸소 읽고 사유의 근거로 삼던 책과 문장에 매료되는 시점에 반응한다. 오랜 해외 생활을 거치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용한 양식들이 구축한 작가 특유의 취향은 특정한 창작물과 문체에만 호의적인 고산금만의 지적 수용체를 형성했다. 작가가 선별적으로 감응하고 매개하는 문장과 그것들의 군집은 고산금이라는 한 작가의 고유한 정체성과도 같고, 작가주의의 요체이기도 하다.
 

<오세창 글(세한도 제찬)> 47x60cm Cotton Yarn, Fabric on Wooden Panel 2019 /갤러리 바톤
<오세창 글(세한도 제찬)> 47x60cm Cotton Yarn, Fabric on Wooden Panel 2019 /갤러리 바톤

 
■전시내용

소설, 신문, 시, 철학서, 법전 등 사회적 기호로 소비되는 텍스트들 사이로 4mm의 인공 진주를 정격에 따라 간결하게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글자는 물질적 오브제로 전환된다. 수만 개의 인공 진주를 작가가 일일이 패널 위에 배치하는 수공 작업을 거쳐 텍스트는 기호로서의 기능적 역할에서 벗어나며, 글자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조형성과 심미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고된 수행은 해석력을 담보로 한 텍스트 본연의 권력을 해체하고 오직 보편적인 인간의 시각에 반응하는 중립적이고 한없이 관용(Infinite Tolerance)적인 새로운 차원의 언어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작가의 결기에 의해 추동된다.
 

<이시영 글(세한도 제찬)> 59x67cm Cotton Yarn, Fabric on Wooden Panel 2019 /갤러리 바톤
<이시영 글(세한도 제찬)> 59x67cm Cotton Yarn, Fabric on Wooden Panel 2019 /갤러리 바톤
 
기존의 진주 작업이 수십 번의 반복적인 칠 공정으로 상아의 표면과 흡사한 패널에 이식됨으로써 텍스트의 원전에 대한 작가의 경외감을 나타냈다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는 셀 수 없이 빼곡한 볼펜의 궤적 위에 기거하는 인공 진주의 군집으로 나타나며 작가의 관심사가 텍스트 탄생 이전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수십 개의 검은색 볼펜이 만들어낸 화면은 선과 선이 겹쳐진 정도에 따라 미세하게 파이고, 그 흔적마다 자연스럽게 인공 진주의 군락이 형성돼 있다. 이러한 군락은 이전 작업에서 보이던 규칙적인 배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현미경으로 확대된 유기물의 형태처럼 무작위적인 패턴과 얼개로 나타난다. 이러한 구도는 일종의 원시성을 드러내며, 텍스트가 활자화되기 전 문장가의 마음속에서 서로 엉켜 무언가가 되기 직전인 듯한 화면을 연출한다. 진주 패널 작품의 프리퀄로 해석될 수 있는 신작을 통해 고산금은 텍스트 이전의 텍스트라는 광활한 전인미답의 영역에 관한 자신의 탐구와 해석이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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