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가 정찰제’ 시행… 믿고 사는 아트페어 ‘마니프’

입력 : 2019.09.25 10:14

[고윤정 마니프조직위원회 실장]
123명 군집 개인전, 현대미술 현주소 조망
작품 구매 시 작품 감정서 발급
제25회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10월 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 개막

/마니프조직위원회
/마니프조직위원회
 
1995년 창설, 올해 25회째를 맞이하는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MANIF, 이하 마니프)’가 10월 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이번 행사는 TV조선·아트조선·마니프조직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다. 한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국내외에서 초대된 123명의 작가가 93개 부스에 각자 개인전을 차린 ‘군집(群集) 개인전’ 형태로 운영되며 한국화, 서양화, 판화, 조각, 공예, 설치, 미디어 등 장르 불문 1400여 점이 출품돼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해볼 수 있다. 1부 10월 2~7일, 2부 10월 8~13일 나눠 열리며,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청소년 7000원이다. 
 
이번 행사는 작품 구매와 수집에 대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중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을 주제로 개최되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100만원 소품 특별전’이 운영된다. 1층 로비에 전체 초대작가의 작품 중 100만원 내외 소품만 내걸리는 특별 부스로, 균일가 100만원에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원로작가의 작품부터 중진 유망작가의 내실 있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생애 첫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는 미술애호가 입문자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과장 명함’을 소지하고 있다면 본인은 물론 직계가족도 무료입장할 수 있다.
 
가격 정찰제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되는 마니프만의 정책 중 하나다. 미술시장 신뢰성 회복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창설 이래 가격 정찰제를 고수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윤정 마니프조직위원회 실장은 “미술품이 대중으로부터 쉽고 환영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작품가격의 책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중과 직접 만나 교감할 수 있는 아트페어의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선 과감히 작품가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재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니프에서 작품을 구매하면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의 제휴를 통해 발행된 작품 감정서가 발급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고 실장에게 가격 정찰제를 비롯해 올해 마니프의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황용엽作 <인간> 53x45.5cm 캔버스에 유채 1978
황용엽作 <인간> 53x45.5cm 캔버스에 유채 1978
권치규作 < Resilience-spring > 50x10cm 스테인리스 스틸 2018 /마니프조직위원회
권치규作 < Resilience-spring > 50x10cm 스테인리스 스틸 2018 /마니프조직위원회
 
─창설 이래 가격 정찰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얻은 효과와 관람객의 반응은 어떠한가. 
 
“가격정찰제의 목적은 미술시장의 신뢰성 회복의 근간을 마련하는 데 있다. 미술시장도 다른 시장의 성격처럼 신뢰성을 담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단순히 미술품을 좋아한다고 해 컬렉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작품가를 정확히 알고 있을 때 미술품 소장에 대한 계획도 세울 수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불규칙한 가격의 변동으로 인한 이중가격 형성을 막고 차별 없이 약속된 동일한 가격에 미술품을 구입하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작품 구매 여부를 떠나 미술품이 지닌 무형의 가치를 감상하고 경제적 유형의 가치를 동시에 관람객에게 전하는 효과도 있다. 그와 동시에 마니프는 일반 관람객에게 미술품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방문객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미술애호가 입문을 준비하는 경우, 마니프에서 미술시장에 대한 사전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참여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10개월가량 전부터 작품을 준비하고 작품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작품 완성도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는 부대 효과도 있다.”
 
─참여 작가들은 심사를 통해 선정돼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자부심이 있다. 군집 초대개인전 형태로 운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참여 작가는 사전 공모형식에 의해 선정된 전원을 초대하며, 일부 지정 초대작가를 포함한다. 물론 모든 초대작가는 부스비와 참가비 등 일체의 비용 부담 없는 순수 초대전이다. 초창기에는 공모 자료를 프랑스, 미국 등으로 직접 가지고 가 현지의 평론가나 기획자, 작가 등에게 심사를 의뢰해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국내작가의 비중이 높아지고, 국내 작가의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국내 평론가, 작가, 갤러리스트와 함께 선정하고 있다. 작가별로 작가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기본으로 심사하고 있다. 작가 중심의 군집 개인전은 마니프가 처음 시도한 형태였다. 이를 통해 작가들이 비록 개인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하지만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으며 주변 동료 작가에 대한 존중과 교류 과정 역시 작가를 성장시키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모든 작가에게 동일한 면적의 부스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작가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을 꼭 포함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성기점作 <계절의 향기-산속의 여름> 130.3x162cm Oil on Canvas 2019
성기점作 <계절의 향기-산속의 여름> 130.3x162cm Oil on Canvas 2019
 
─매해 전시 중 대상과 우수작가상 수상 작가를 선정해 이듬해 메인 부스로 초대한다. 올해 대상은 성기점 작가, 우수작가상은 황신영 작가다. 
 
“작품성, 관객 호응도, 작가적 비전 등을 기준으로 삼아 전문가 그룹과 관람객 평가를 합산해 최종 선정된다. 특히 전시기간 동안 관람객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나 부스’ 등 설문조사 결과도 큰 작용을 하게 된다. 성기점은 일상의 빛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비구상 원로 작가다. 단색화 위주의 비구상 화풍에 대한 수요와 선호도가 높은 시즌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수작가상은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 중에 선정하는데, 황신영은 자연의 생명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40대 작가다. 무당벌레와 꽃이라는 특정 소재에 상징성을 부여해 회화와 입체, 아트콜라보 등 다양한 창의적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행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전시장 1층부터 3층까지 꼼꼼하게 부스별 작가의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감상하길 권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회다. 또한 각 부스에 있는 초대작가와 짧은 대화라도 나누며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보는 것도 좋겠다. 작품의 주제나 소재 선택방법, 작품재료나 제작과정의 비화(祕話)를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듣게 된다면 미술애호가로서의 입문이 보다 수월해지리라 기대한다.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평소 가정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어떤 작품을 소장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수집에도 유용할 것이다.”
 
김영재作 <산> 50x91cm 캔버스에 유채 2018
김영재作 <산> 50x91cm 캔버스에 유채 2018
 
─마니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작업 환경의 어려움을 겪는 유망 작가를 발굴해 지원한다는 점, 특히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유망작가에게 서울 문화권에서의 개인전 기회를 제공해 작가 활동에 활력을 주고자 한다. 또한 작품가 정찰제를 통한 미술유통과정의 투명화에 도모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작가와 작품을 직접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군집 개인전이란 점에서 관람객이 독립된 개인전 부스에서 작가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을 크기별로 만날 수 있으며, 작가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나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02)514-9292
 
샤흘르벨作 < Amour > 200x275cm Acrylic on Canvas 2016 /마니프조직위원회
샤흘르벨作 < Amour > 200x275cm Acrylic on Canvas 2016 /마니프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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