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 ‘수영장 그림’ 본뜬 사진… 뷰파인더에 담은 삶의 유한함

입력 : 2019.09.17 21:53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
날카로운 미적 직관으로 포착해낸 완벽한 세계 속 균열
개인전 ‘Palm Springs’ 10월 6일까지

‘American Dream-Self Portrait with Alex’(2018) /공근혜갤러리
‘American Dream-Self Portrait with Alex’(2018) /공근혜갤러리
파티 의상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지만 허망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의 남자. 수영장과 나무에 둘러싸여 겉보기엔 호화로울지라도 쓸쓸한 파라다이스에 갇힌 늙은 남자일 뿐이다.
네덜란드 출신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Erwin Olaf·60) 스스로 모델이 돼 허황된 아메리칸 드림과도 같은 자신의 환상 속에 황망하게 서 있다.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1019억 원)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로는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1972)를 오마주한 작품 <American Dream-Self Portrait with Alex>(2018)이다.
호크니의 화면이 싱그러운 녹색 빛깔이었다면, 올라프의 사진은 말라 노랗게 변색된 잔디와 황폐해진 산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 말한다. “당신이 지금은 살아있지만,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굉장한 이점이다.” 그는 폐기종을 앓으며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 이를 뷰파인더에 담아오고 있다. 
올라프는 현대사회에서 마주하는 인종, 신분, 동성애, 종교, 관습 등의 문제를 날카로운 미적 직관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한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그간 자각한 적 없던 일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사진적인 정교함과 회화적인 색감이 공존한다고 평가받으며 다양한 실험을 40년간 거듭해왔다.
또 다른 최신작 <Palm Springs>(2018)는 변화를 겪는 대도시를 주제로 2012년부터 제작해온 로케이션 시리즈 <Berlin>(2012), <Shanghai>(2017)에 이은 완결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인 팜 스프링스를 배경으로 작가는 미국의 인종 차별, 종교적 학대, 부의 양극화 등의 사회, 정치적 갈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완벽한 세계가 내포하고 있는 균열이다. 시든 잔디는 완벽하게 인공적인 팜 스프링스라는 곳에 가슴 아픈 무언가를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10월 6일까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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