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23 09:05
고상우·김창겸·러스 로넷
3인이 인류 향해 던지는 자연과의 상생 메시지
특별전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전 세계의 화두인 시대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약 800만종이며, 그중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기린 등을 포함해 최대 100만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수십 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렇듯 환경 문제가 종의 존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요한 사회적 당면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지구 보존을 위한 21세기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사비나미술관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인류의 숙제를 예술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전(展)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상우, 김창겸, 러스 로넷(Russ Ronat) 3인의 작가가 참여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체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고상우, 김창겸, 러스 로넷은 서로 국적도, 나이도, 작업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오랜 기간 진화를 겪으며 인간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온 생명체들과 공존과 상생을 실천하는 메시지를 예술로 전달하자는 데 생각을 모았다. 이들은 국립생태원으로부터의 자료와 자문을 받으며 아이디어 공유,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각자의 시각으로 멸종 위기 동물을 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등 이번 전시를 성사시켰다.


고상우는 네거티브 필름을 반전시키는 과정에서 변환된 색과 빛을 이용해 회화와 오브제, 퍼포먼스를 결합하는 독창적인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네거티브 기법과 디지털 드로잉을 융합한 믹스미디어 기법의 작품을 최초로 공개한다. 반전된 동물 사진 위에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업한 작품은 동물의 움직임이나 표정, 털 한 올까지 살려 사실성을 강화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동물에 그려진 하트는 생명의 원천이자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는 곳을 상징한다. 작가는 사라져가는 동물의 몸에 하트를 새겨 그들도 인간처럼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인식시킨다.
3D애니메이션과 영상, 오브젝트를 결합해 생태계 에너지를 표현하는 김창겸은 이번 전시에서 전통문양의 꽃 형상과 꽃을 도상화한 만다라 우주를 창조해 인간과 멸종 위기 동물이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를 받아드리는 치유의 미술을 최초로 선보인다. 고대 인도어로 ‘원’을 뜻하는 만다라는 동그라미 안에 우주의 만물과 이치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린 인도미술의 한 형태를 말한다.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은 만다라가 가진 정서적인 안정감과 에너지에 주목했고, 만다라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내며 만다라를 심리 치료에 활용하기도 했다. 김창겸은 만다라가 내면의 조화와 치유, 행복을 찾아가는 미술치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첨단 3D기술로 탄생한 다채로운 꽃문양의 플라워 만다라는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적 세계로 이끌어주는 듯하다.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러스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작가는 세계 곳곳 건물 외벽 멸종 위기 동물이 주제인 영상을 비춰, 동물이 처한 위험의 심각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촉구하는 영상설치 프로젝트 ‘홀로세(Project Holocene)’를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2018년 국립 대만과학교육센터에서 야생동물보호NGO인 Global Wildlife Conservation과의 협업으로 대만의 토착종인 구름 표범을 대만에 소개하고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등 동물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로젝트 홀로세 기록물을 담은 영상을 포함해 멸종 위기 동물을 초상화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유화, 드로잉이 내걸린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