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30 12:48
6년 만의 개인전… 딸 소재로 한 신작 선봬
8월 25일까지 부산 조현화랑

리얼리즘 작가 강강훈(40)은 작가는 얼굴의 미세한 솜털과 땀구멍까지 정밀하게 묘사해 마치 사진으로 보이는 인물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 그림으로 그려낸 현실(Realism)과 현대인이 살아가는 현실(Reality) 사이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데 몰두한다. 재현이나 묘사의 차원을 넘어,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데, 이를 통해 관객은 자아와 대면하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자아를 탐색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공상과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을 지칭하는 ‘모던보이’, 여성을 모델로 한 ‘Lady’ 시리즈는 인간 내면의 자유로움과 허탈함을 표현력 있게 그려냈다.
때때로 자신의 딸을 작품 소재로 삼아 캔버스에 담아오던 작가는 최근부터 본격적으로 주요 시리즈로 전개하고 있다. 딸은 작가 자신을 투영한 존재로서, 자신을 빼닮은 한 인생의 찰나조차 놓치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자유롭게 흩뿌린 물감의 형태와 성장해가는 어린아이의 얼굴이 유동적으로 표현했다. 이 흩뿌린 파란 물감 시리즈를 통해 강강훈은 철저하게 계획된 연출과 리얼리즘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강렬한 컬러를 실재에 입혀 이를 그려내는 모험적인 작업 방식을 취하는데, 이는 평소 작가의 ‘이브클랭블루(IKB)’를 보며 꿈꿔온 추상에 대한 동경을 드러낸다.

작가는 모델 얼굴에 물감을 뿌린 뒤, 직접 조색한 색을 칠한 롤스크린 앞에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해 그중 선택된 일부를 화면에 옮긴다. 파란색은 작가를 대변하는 색이자 작가의 욕망을 담고 있다. 이 블루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색이 쓰이며, 색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한 가지 색상에만 한정 짓지는 않는다. 파란색 물감 시리즈에 이어 첫선을 보이는 분홍색 물감 시리즈는 파란색과 달리 딸의 아이덴티티를 들어내는 색채다. 아이가 성장하며 자연스레 핑크를 좋아하게 되는 심경 변화를 표현했다.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어 세련되게 쓰기 힘든 색을 선택한 것은 작가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자 작업의 확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는 여전히 강박과 자유로움 사이를 오가는데, 그 경계는 추상과 구상의 교차점에 있는 회화를 구성하면서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려내는 것은 구상회화이지만, 정작 사실적인 묘사법을 추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강강훈이 6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300호 대작을 포함한 신작을 공개한다.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온 젊은 작가의 한층 깊어진 역량을 읽어낼 수 있는 기회다. 8월25일까지 부산 조현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