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한나 부오나구로·미모사 에차드·라이언 포어스터 3인전

입력 : 2019.07.23 17:07

‘Spitting an Image of You’, 27일까지 파리 VNH 갤러리

 
“매일 마주하는 것 중 의미 있는 건 무엇일까?”
 
한나 부오나구로(Hannah Buonaguro·28), 미모사 에차드(Mimosa Echard·33), 라이언 포어스터(Ryan Foerster·36), 국적도, 매체도 다른 젊은 작가 세 명이 같은 의문을 품고 모였다. 이들은 각자의 상황과 주변 환경에 대한 관계의 본질을 강조하며 사적이고 개인적인 움직임을 조합해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 신작을 내걸었다.
 
/Courtesy of the artists & VNH Gallery. Photo: Johanna Benaïnous
/Courtesy of the artists & VNH Gallery. Photo: Johanna Benaïnous
 
이들 작가는 대체로 일상생활이나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을 재료로 삼아 드로잉, 사진, 글, 조각,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장은 흡사 누군가의 너저분한 방을 옮겨놓은 듯 의자, 신문, 옷걸이, 쿠션 등이 어지럽게 놓였고 천장에는 거대한 커튼 한 장이 매달려 전시 공간을 가로지른다. 벽 곳곳에는 종이, 우표, 열쇠 따위가 붙어있다. 전시 기획자는 “이처럼 지극히도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이미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거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시간을 은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9m 길이의 대형 패브릭 설치는 에차드의 작품 <Spitting an Image of You>다. 작품을 기준으로 공간을 앞뒤로 분할해 관객에게 시각적,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특히 작품 가까이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웅얼거림과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말소리가 퍼지며 혼란스러움을 더한다. 부오나구로의 설치 <Moments Briefly Shared>에서 오브제 중 하나인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자신이 쓴 시를 직접 낭독한 것으로, ‘커튼을 넘어와서 자세히 보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실험적인 사진과 조각으로 알려진 포어스터는 종이 페이스트로 빚은 조형물을 화면에 부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일상적인 공간에 다소 이질적인 형상의 사진이 기이하면서도 묘하게 분위기를 환기하는 듯하다.
 
/Courtesy of the artists & VNH Gallery. Photo: Johanna Benaïnous
/Courtesy of the artists & VNH Gallery. Photo: Johanna Benaïnous
 
이곳 전시장 안에 작가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가벼운 바람에도 펄럭이는 천 조각이나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작가의 목소리, 흠칫하게 만드는 기괴한 사진은 작가 대신 대리 퍼포먼스를 행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관람객은 쉴 틈 없이 작품을 감각하며 작가의 의중을 탐색하기 바쁘다. 더 나아가 전시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로 작동하고 이들은 관람객에게 같은 질문을 되묻는다. “그래서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전시기획자가 답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뜻 모를 천 조각, 그림, 내레이션 뒤에는 역설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대화의 필요성과 소통에 대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27일까지 파리 VNH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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