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12 15:16
[조각가 박상숙]
인간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 담은 조각
1998년 ‘목제·철제’ 국내 개인전 끝으로, 파리 활동에 전념
21년 만 국내 개인전 개최… 스테인리스 스틸 신작 ‘Volume of Happiness’
25일까지 현대화랑

“무려 21년 만이다.”
‘인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이란 한 주제에 평생 천착해온 박상숙(68)이 국내에서 21년 만에 개인전을 가진다. 전 작품 활동 기간 인간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동시에 재료, 형태, 구조와 같은 형식적 요소의 변주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온 그의 근작이 공개된다.
박상숙은 제1회 김세중청년조각상(1990), 제2회 석주미술상(1991), 제2회 토탈미술관장상(1992) 등 연이은 수상을 통해 기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돌연 도불해 지금껏 주로 파리에서 전시 활동을 펼쳤으며, 이번 전시는 1998년 이후 국내에서 21년 만에 마련된 자리다. 상업화랑에서 조각가의 개인전을 쉬 보기 어려운 오늘날, 여전히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박상숙의 이번 전시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1995년 파리 진출 이전부터 인간 삶에 대해 주목했다. 일관된 그의 관심은 목재나 철조를 이용해 인체를 선형 혹은 판형으로 구조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시기에는 인간을 미화하기보다는 신체 기본 구조를 통찰해 조형으로 추출함으로써, 인간의 꾸밈없는 본질적 형태를 추구했다. 인체 조각을 벽 모퉁이에 기대놓거나 바닥에 놔두면서 독립적인 전시 공간 속 추상적 구조물이 아닌, 주변 공간 속 인간의 모습으로 인식하고자 했다.
이후 파리로 간 뒤부터 그의 조각에서는 인체의 구체적 형상이 사라졌다. 주로 석조나 알루미늄을 이용해 건축적 요소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중 <생활방식(Way of Life)> 시리즈는 온돌방, 구들장, 아궁이, 우물, 개방형 거실 등 한국 가옥 구조를 모티브 삼아 건축물의 기본 단면을 석조로 제작한 파리 시기의 대표작이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작가가 느낀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집이라는 공간의 따뜻한 정서를 함축한다. 작가는 실제 난방장치를 석회석에 설치해 온돌 구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는데, 차가운 석재에 부여된 온기는 건축 공간 속에 사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여전히 파리에서 머물며 생활하지만 몇 년 전 서울에도 거처를 마련했다. <Volume of Happiness>시리즈는 서울에서 작업한 신작으로, 팽팽하게 공기가 주입된 풍선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캐스팅한 듯한 형태가 특징적이다. 이전 작업에서는 직선적인 기하 구조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 작품에서는 곡선적인 볼륨이 눈에 띈다. 의자, 계단 등의 건축 내부 구조를 모티브로 형상화한 부풀어 오른 구조는 건축 공간 속 인간적인 만남이 융합돼 공동체를 이루고 행복을 추구해 나가는 삶을 의미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지만, 일정한 힘이 가해지면 둥근 밑면으로 인해 그것의 위치가 가변적이고 유동적으로 변한다.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형태적 특성을 지닌 스테인리스강에 열을 가해 제작된 이 유동적인 조각은 작품 표면에 온기를 더해 끊임없이 인간의 본질적 삶과 행복 추구를 이야기한 작가의 휴머니즘적 태도를 반영한다.
전시장 건물 외부에는 그의 대형 조각도 한 점 설치된다.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의 빛 반사를 통해 역설적으로 건축물과 작품 앞을 지나는 많은 사람을 표면에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인간의 주변 공간과 인간 실존을 탐구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상숙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인간 삶에 대한 주제를 건축적 모티브와 다양한 재료의 스펙트럼으로 내보인다. “집을 구성하는 건축적 요소와 환경적 요인은 모티프가 돼 건축물 안에 사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25일까지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