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6.17 10:05
베네치아 성 마르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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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은 황금의 교회(Chiesa d’Oro)라 불린다. 가톨릭교의 본거지인 이탈리아에 세워진 성당인데 유럽에서 흔히 보는 성당과는 조금 다르다. 육중한 느낌의 로마네스크, 뾰족한 고딕 그리고 둥근 돔이 특징인 비잔틴 양식이 혼합돼 있다. 여러 양식이 섞여 있다는 것을 통해 그 당시 베네치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8세기부터 공화국 형태의 독립 국가로 존재했던 베네치아는 프랑크 왕국과 비잔틴 제국 사이에서 세력을 넓혀갔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매장됐던 성 마르코의 유해가 828년 이슬람 세력의 박해를 피해 알렉산드리아를 떠나 베네치아로 옮겨지면서, 베네치아 도제는 성 마르코를 베네치아의 새로운 수호성인으로 선언했다. 이에 따라 마르코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한 새로운 성당의 건축이 결정됐다.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슬람교도가 혐오하는 돼지고기 속에 유골을 숨겨 발각되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그 시절, 시신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은 해상무역이 왕성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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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현재의 이스탄불을 함락시킨 십자군은 막대한 보물들을 약탈해 베네치아로 가져온다. 이때 유입된 유물로 성당을 장식해 성당 내부는 황금빛 모자이크로 매우 화려하다. 특히 아름다운 제단화 팔라 도르(Pala d’Ore)는 이 성당을 대표하는 보물이고 비잔틴 예술의 걸작이다. 성당 정면에 있는 네 마리의 말 동상도 이때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1797년 나폴레옹에게 약탈당했으나 나중에 되돌려 받았다. 전쟁에서의 승리를 상징하는 말들은 지금도 성 마르코 성당을 지키고 있다. 이와 같이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성 마르코 성당은 동서양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공동기획 아트조선 Χ 홍선생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