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15 19:53
[인터뷰] 데이비드 알트메즈
전 세계 미술 애호가 찾는 홍콩 아트 위크 기간,
화이트큐브갤러리가 선택한 캐나다 조각가
그로테스크한 신체 부위 작업 ‘눈도장’
보석 박아 넣은 안면상… “살아있는 듯 에너지 내뿜어”
홍콩에 브랜치를 낸 세계 메이저 화랑들은 ‘아트바젤 홍콩(ABHK)’ 기간에 맞춰 일제히 새로운 전시를 내보인다. 전 세계 컬렉터와 관계자, 미술 애호가들이 홍콩을 찾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 3월 말의 ABHK 기간과 맞물린 이때를 ‘홍콩 아트 위크’라고 부른다. 해당 기간 유독 주목받은 작가가 있다면 바로 캐나다 출신 조각가 데이비드 알트메즈(David Altmejd·45)를 꼽을 수 있다.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 ‘Vibrating Man'이 3월 26일 홍콩 화이트큐브에서 개막했다. 출품작 모두 2019년 제작된 최신작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전시 타이틀과 동명의 조각상 <Vibrating Man>은 실물 크기에 가까운 남성이 명상에 잠겨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버퍼링 걸린 듯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처럼 신체 윤곽이 겹쳐 증식한다. 계속 보면 눈이 침침할 정도다. 이름 그대로 진동하는 남자다. 대형 플렉시글라스 상자 안에 갇힌 남자는 공중 부양하며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응축하고 있는 듯하다. 한없이 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원기옥을 쏘며 뛰쳐나올 것 같은 강력한 에너지가 감지된다.
바로 이 ‘에너지’가 알트메즈의 화두다. 크리스털은 작가에게 중요한 재료 중 하나. 얼굴 전체를 뒤덮고 뒤통수에 가득 박아 넣기도 한다. 투명하고 반짝이는 크리스털의 물성을 통해 작품에 내재된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다고 알트메즈는 믿는다. “크리스털은 차가운 성질이지만 맑고 투명해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제 작품을 좀 더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죠. 실제로 수정에서 에너지가 나온다고도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돌이나 크리스털을 보면 그렇게 좋았어요. 저 어릴 적, 아버지는 브라질로 자주 출장을 가셨는데 다녀오실 때면 꼭 제게 반짝이는 돌을 가져다주셨거든요. 제겐 그게 진짜 보석만큼이나 소중했어요. 영웅의 에너지원 같아 보였거든요. 그 크리스털을 보며 슈퍼맨이 된 것을 상상하곤 했죠.”


머리, 손과 같은 신체 부위를 소재로 그로테스크한 조각을 만드는 알트메즈는 화려한 형형색색 크리스털이나 젬스톤으로 조각상의 겉과 속을 장식해 그 이면을 드러내며 괴기함을 극대화한다. 흉상의 머리는 함몰돼 있고 얼굴은 눈, 코, 입과 같은 특징적 요소가 제거된 채 일그러지거나 뭉뚱그려져 있다. 이는 머리 그 자체가 상징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다. 눈, 코, 입이 오히려 작품을 산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얼굴을 제대로 갖춘 안면상도 더러 있다. 이때는 여느 초상화처럼 감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눈이 있는 조각을 작업할 때면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는 탓에 친밀함이 든다는 우스갯소리도 덧붙였다.

수많은 신체 부위 중 머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신체는 정말 놀라워요. 특정한 사이즈로 한정되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공간성을 띠기도 하니까요. 순수한 잠재력을 지녔다고나 할까요. 그중에서도 머리는 첫눈에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부위죠. 조각가로서 조각하고 만지고 갖고 놀기 좋은 형태를 지니기도 했고요. 저는 머리를 ‘영혼의 보관함’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끝없는 생각과 의식이 펼쳐지는 우주와도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