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14 18:39
이호진, 팝업형 작업실 일반 개방…
“물질주의 팽배한 청담동 거리에서 마주친 의외의 공간”
공공예술프로젝트 일환으로,
3개월 단기 운영 후 스페인·독일로 옮겨갈 예정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한가운데 지하 창고가 예술가의 아틀리에로 탈바꿈했다. 물질주의와 배금주의가 차고 넘치는 대해 위 외딴섬인 격. 이호진(45) 인천가톨릭대 회화과 교수가 화이트큐브라는 기존 공식을 탈피해 도심 건물 지하 창고를 전시형 오픈스튜디오로 꾸몄다. 계속 운영되지 않고 3개월간만 반짝 운영되다가 9월부터 스페인과 독일로 순차적으로 옮겨갈 팝업 프로젝트 ‘디오크 아트 스튜디오’다.
아트버스, 벽화, 거리디자인과 같이 공간 밖에서 공공미술을 이어온 작가가 이번에는 공간 안으로 예술을 끌고 들어온 셈이다. 오픈스튜디오로 운영해 본래 전공인 공공예술의 특성과 취지를 살렸다.
“다분히 상업적인 지역에서 소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예술·문화적인 의미를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청담동은 명품 부티크들과 대형 상업 화랑들이 줄지어 있는 곳인데,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친 공간과 미술 작품을 통해 이질적이면서도 반가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죠.”
실제 그의 오픈스튜디오는 프랑스 명품브랜드 샤넬과 미우미우의 플래그십 스토어 사이에 위치한다. 화려하지만 일면 삭막하고 소외감 드는 분위기 속에 마주한 그의 화실이 갑작스럽고 엉뚱하다. 바로 이 생뚱맞음을 노린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러한 의외성이 거꾸로 관람객의 예술적인 공감을 극대화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없는 도시의 삶에서 시각 예술을 통해 한 템포 쉬어갔으면 좋겠거든요.”

최근 아크릴, 오일, 자동차용 도료, 스프레이 등 다양한 재료로 기하추상화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는 대도시화와 자본주의의 허무함과 공허함을 소재로 삼는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내는 우리네 삶에 주목, 획일화된 도시의 삶에서 희미해져 가는 개인의 존재를 상기하고 일깨우는 회화, 설치 등을 선보인다.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특유의 자유로운 회화적 표현을 통해 방문객, 즉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활력과 휴식을 건네고자 함이란다. 또한 일반 전시공간에선 보이기 힘든 라이브 형태로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화실이란 공간의 속살까지 대중에 개방함으로써 하나의 공공예술로 실현한다. 스튜디오는 6월 중순경까지 운영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37, 월~토 오전10시~ 오후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