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23 18:24
| 수정 : 2019.04.24 09:34
오병재, 역원근법으로 그린 도시 풍경
대표작 ‘벽돌 건물’ 시리즈, 최신작 ‘컴퓨터 서버’ 등 선봬
5월 18일까지 애술린갤러리

역원근법의 시선으로 도시 건물 풍경을 담아온 서양화가 오병재(45)의 화두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의 캔버스에는 작가와 타인의 시선이 교차되며 공존한다. 하나가 아닌 다방향의 시점으로 사물을 관찰함으로써 대상과 소통하고 연결 지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 이를 통해 단순히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을 넘어 대상 내부에 담긴 이야기와 그 사이의 긴장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오병재의 작품 속 풍경은 캔버스를 넘어 마치 밖으로 뻗어 나갈 듯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무한히 확장하는 시선으로 재구성된 작업은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존재의 다양성을 환기한다. 내가 바라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과 함께할 때 나의 시선도 더욱 분명해진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시그니처 연작 <Patterned Place>는 1980년대 한국의 도시화와 함께 급격하게 보급된 주택들에 주목, 동일한 건물이 연달아 획일적으로 나열돼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타일이나 벽돌 따위로 만들어진 건물의 특징을 간결한 선과 매끈한 색감으로 세심하게 표현했다. “벽돌로 패턴화된 건물은 역원근법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소재죠.” 디자인적인 선과 도상, 선명한 색상을 살려 공들여 그리는 만큼 한 작품에 쏟는 시간이 상당해 제작 기간이 짧지 않다. 또한 각 작품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상하좌우로 붙이거나 뗄 수 있는 유닛(Unit)으로 작동되는데, 블록 장난감처럼 원하는 대로 맞붙이면 새로운 풍경이 증식되고 확장된다.

역원근법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온 오병재가 새로운 시리즈를 서울 신사동 애술린갤러리에 내건다. 도시 풍경을 통해 소통을 이야기해온 작가가 이번에 낙점한 소재는 컴퓨터 서버다. 컴퓨터 기기와 이들을 연결하는 어지럽게 얽힌 선들이 영감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쏟아질 것처럼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을 그린 <Patterned Intellectual Image>와 높다란 굽의 하이힐을 나타낸 <Big Heels>도 선보인다. 모두 역원근법이 반영된 작품들로 익숙하게 보아온던 일상적인 풍경과 사물이 낯설게 다가옴을 경험할 수 있다.
류동현 미술평론가는 “작가가 생각하는 ‘중용’의 세계관은 나 혼자만의 시선,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이 섞일 때, 그리고 이것들이 모일 때 세상이 조화롭고 진정한 본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원성, 역지사지, 공감의 사유가 오병재의 역원근법 속에 숨어있다”고 평했다. 5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