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19 15:47
봄 맞아 꽃그림 내건 갤러리들… 필갤러리, 아트스페이스이색, 프린트베이커리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전국 산천 곳곳이 꽃구경 나온 상춘객들로 붐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의 생명력은 일순일지라도 짧기에 더욱 찬란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나 땡볕과 비바람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하루가 다르게 바스러져 가는 꽃들이 하나둘 땅으로 떨어지는 게 못내 아쉽다면 시들지 않는 꽃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이를 영원히 간직하고자 한 꽃그림을 내건 전시를 소개한다.

─한수정 ‘Flower’展… “꽃이란 자연의 몸부림”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시각을 바꿔 대상을 낯설게 만드는 데서 오기도 한다. 한수정은 진부할 수 있는 꽃이란 소재를 과장되게 확대하거나 채도를 높이거나 혹은 색상을 바꾸고 부분마다 오려내어 형태를 깨뜨리는 등의 방법으로 대상을 낯설게 보이도록 유도한다.
꽃을 줌인(Zoom in)해 관객은 마치 한 마리의 벌레가 된 듯한 시점에서 작품을 보게 된다. 원래의 모티브에서 이미 멀리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장식적이고도 추상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고 작가는 말한다. 마치 접사로 포착된 마이크로 풍경으로 가까이 그려진 꽃은 정밀 묘사에 가까운 상태로 이뤄져 있지만, 이러한 세밀함은 도리어 초현실적인 차원 어디쯤인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웠던 꽃은 확대해 보면 생명의 초조함이 빚은 다소 낯선 얼굴로 관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꽃을 자연의 몸부림이라고 보며 이를 수많은 주름으로 표현했다. 5월 31일까지 필갤러리.



─아트스페이스이색 개관전 ‘그대는 나의 봄이 되었다’
봄의 기운과 꽃향기가 그득한 때에 구성연, 김잔디, 문혜정, 임현정, 정우리, 최보배 등 작가 6인이 모여 형형색색의 꽃그림을 걸었다. 서울 안국동 옛 사비나미술관 자리에 새롭게 문을 연 아트스페이스 이색의 개관전 <그대는 나의 봄이 되었다>가 27일까지 열린다.
구성연은 실제 설탕, 사탕, 팝콘 등을 재료로 삼아 화려한 꽃이나 보물 등의 오브제를 재현, 재료와 오브제의 성격을 연관해 한 화면에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봄을 상징하는 매화를 표현한 ‘팝콘’ 시리즈를 선보인다. 한국과 영국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 중인 김잔디는 최근 도시의 자연과 계절 변화에 주목한 풍경을 그린 신작을 보인다. 도시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 도시 속 사계의 모습을 담아낸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문혜정은 봄바람에 살랑살랑 율동하듯 흔들거리는 꽃을 그린 ‘꽃이야기‘를, 임현경은 동양화의 표현 방법과 채색법을 활용해 유럽 궁정의 정원을 그려내며, 정우리는 한지로 작업한 판화를 보인다. 아울러, 최보배는 카메라로 이미 재현된 실제 풍경을 작품에 다시 재현해 찰나의 장면을 특별한 순간으로 전환하는 작품을 공개한다.

─박현옥, 두터운 물성 살려 생동감 있게 그려낸 꽃
자연에 대한 애착을 담아 꽃, 소나무 등을 소재로 유화 작업을 이어온 박현옥이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두터운 물성의 입체감이 돋보이는 회화 15점을 내보인다. 대자연을 커다란 물성의 에너지라고 한다면 작가는 물성을 강하게 그려냄으로써 자연과의 교감이 실제로 화면에 표현된 것처럼 이를 생동감 넘치게 전달한다. 오랜 시간 교감하고 표출하길 수없이 반복하며 그려낸 그림은 대상의 재해석이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 본연의 감각과 심상을 담아내고자 한다. 28일까지 프린트베이커리 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