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16 19:10
[인터뷰] 함도하 작가
“제스처는 제2의 언어”… 아트 퍼니처에 ‘손발’ 달아 의인화

의자 다리는 들어봤어도 의자 손, 의자 발은 들어보지 못했다. 같은 의문을 품었던 남자는 의자에 손발을 달았다. 가구 디자이너 함도하(41)는 손발 달린 의자를 만든다. 어떤 의자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자세, 다른 의자는 즐거운지 발을 까딱이는 포즈다. 허공으로 뻗은 의자의 팔다리가 허우적거리는 듯 생명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만큼 바삐 움직이는 게 바로 몸이에요.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손발을 이용한 제스처와 보디랭귀지는 제2의 언어인 셈이죠.”
작가는 인간의 모든 순간, 모든 행위에 동반되는 감정이란 개념을 가구에 부여해 의인화한다. 손발과 같은 특정 형상 외에도 가구 위에 화려한 문양이나 무늬를 입히고 다채로운 색을 칠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짝사랑하는 누군가를 훔쳐보는 것 같은 모양의 <애(愛)>에는 깃털과 하트 무늬를 그려 애교와 사랑의 감정을 나타내는 식이다. 다른 작품 <애(哀)>는 제목 그대로 슬픈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도장 후 표면에 작품 미니어처를 올렸다. 미니어처의 과장된 손 모양과 울부짖는 몸짓이 강렬하고 섬세한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의인화 가구’ 이전, 전통 머릿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주목받았다. 경첩은 유지하고 서랍 레일은 사용하지 않는 등 전통 기법과 제작 방식은 고수하되, 현대적이고 세련된 외형으로 젊은 세대에게 소구했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목재를 쓰기보단 모노톤 색상의 몸체를 써 모던함을 부각하고 원색의 경첩 장식은 포인트가 됐다. “전통 가구 특유의 오래된 나무나 철재 장식, 복잡한 패턴은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상반돼 젊은 세대의 취향과는 화합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잖아요. 우리 역사와 숨결이 깃들어 이렇게 멋진 장(欌)인데, 외형 때문에 선호되지 못한다는 게 못내 아쉬웠죠. 그래서 전통성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도시 생활이 익숙한 3040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함도하의 독특하고 재치 있는 가구에 보는 이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그게 사랑을 그린 것이든 우울함을 나타낸 것이든. “특이한 모양의 제 가구 앞에 서면 관람객들은 신기해하며 웃거나 핸드폰을 꺼내 촬영하곤 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아주 반가워요. 정확히 제가 의도한 것이니까요.” 작품을 체험하며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작가가 제시한 감정 이외의 다른 감정을 관객이 느끼고 가구와 교류하고 더 나아가 그 순간 함께 있는 이와 추억을 쌓길 바라는 것. “제 작품을 통해 잠깐이나마 웃고 행복하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일상에서의 쓰임을 넘어 감정을 소통하고 교감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 35점은 28일까지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