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아트 딜러 “이우환 작품에는 평화와 에너지가 넘쳐”

입력 : 2019.04.12 15:23

[인터뷰] 카멜 메누어
존경받는 유럽 아트 딜러 ‘탑10’에 선정된 프랑스 畫商
“아시아 미술시장은 유럽·미국보다 젊고 밝고 단순”
2012년부터 이우환 작품 발표 돕고 있어
 

지난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엘리샤 크웨이드(Alicja Kwade)의 작품 앞에 선 메누어. 이 사진은 영국 사진작가 마틴 파르(Martin Parr)가 찍어줬다. /Kamel Mennour, ©Photo Martin Parr
지난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엘리샤 크웨이드(Alicja Kwade)의 작품 앞에 선 메누어. 이 사진은 영국 사진작가 마틴 파르(Martin Parr)가 찍어줬다. /Kamel Mennour, ©Photo Martin Parr
 
‘가장 존경받는 유럽 화상(畫商) 10인’(2015, Artnet)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랑스인 50인’(2017, Vanity Fair)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아트 딜러 카멜 메누어(Kamel Mennour·54). 지난 3월 열린 아트바젤 홍콩에서 만난 메누어는 컬렉터들과 작품 이야기 삼매경이었다. 경력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이기에 그를 찾아온 관계자들로 부스는 이미 문전성시였다. 그의 이름을 따 1999년 프랑스 파리에 개관한 ‘갤러리 카멜 메누어(Galarie Kamel Mennour)’는 아트바젤 홍콩에 5년째 참가 중이다. 이번 부스에는 자동차 외장재로 만든 모하메드 브루이사(Mohamed Bourouissa)의 최신작과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거울 시리즈를 전면에 걸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메누어는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인 홍콩국제아트페어에 2011년까지 참가해오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 주력하기 위해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2015년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 아트바젤 홍콩은 그가 출전 중인 유일한 아시아 아트페어다. 돌아온 이유에 대해 메누어는 “홍콩은 특히 국제 미술시장에서나 아시아 아트마켓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확연히 젊고 밝고 또 어렵지 않은 성격을 지니는 것 같다. 우리 갤러리는 이러한 아시아 미술시장에 참여하고 한 부분을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또한 미술을 소비하고 구매함에 있어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함을 띠는 것에 반했다”고 설명했다.
 
2019 아트바젤 홍콩에서 아니쉬 카푸어의 거울 작품이 걸린 갤러리 카멜 메누어의 부스 전경. /홍콩=윤다함 기자·Kamel Mennour
2019 아트바젤 홍콩에서 아니쉬 카푸어의 거울 작품이 걸린 갤러리 카멜 메누어의 부스 전경. /홍콩=윤다함 기자·Kamel Mennour
 

경제학도였던 메누어는 학비를 벌기 위해 집집마다 작은 그림을 파는 방문판매원으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미술과 연을 맺었다. 문외한이었지만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깊게 미술에 빠졌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였지만 알면 알수록 나를 더욱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실제 판매 수완도 좋았던 그는 아예 전문 아트딜러로 나섰고 본격적인 갤러리스트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갤러리 운영 초창기에는 사진에 매료돼 현대 사진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하는데, 당시 유럽 아트마켓에는 낯설었던 래리 클라크(Larry Clark),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 노부요시 아라키(Nobuyoshi Araki) 등을 소개하며 갤러리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파리에 두 군데의 전시장을 더 오픈하며 아트 비즈니스를 공격적으로 전개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아니쉬 카푸어,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타다시 카와마타(Tadashi Kawamata),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프랑수아 모렐레(François Morellet), 클로드 레베크(Claude Lévêque)와 같은 세계적인 작가의 개인전을 성사시키고 동시에 국제 미술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16년 영국 런던에도 분점을 냈다.
 
이우환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퐁피두 메츠 센터에서 메누어가 이 화백의 작품을 걸기 전 살펴보고 있다. /Kamel Mennour
이우환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퐁피두 메츠 센터에서 메누어가 이 화백의 작품을 걸기 전 살펴보고 있다. /Kamel Mennour
 
메누어는 이우환 화백과 인연이 깊다. 2012년부터 이 화백의 작품 발표를 도와오고 있다. 메누어의 갤러리에서 열린 두 번의 개인전은 물론, 2014년 베르사유궁에서의 조각 전시와 9월 19일까지 퐁피두 메츠 센터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의 출품작들 또한 갤러리 카멜 메누어가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나는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평화와 에너지를 존경한다. 회화나 조각만큼이나 그의 시(詩)도 무척이나 사랑한다.”
 
오래 전부터 이 화백의 작품을 지켜봐 왔다는 메누어는 고대했던 순간을 실제 경험한 그때를 회고했다.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해 이 화백과 마주 앉았다. 그의 작업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감탄하는지를 설명했다. 마침내 그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아주 행복했던 기억이다.” 아울러, 갤러리 카멜 메누어는 오는 14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아트쾰른(Art Cologne)에 이우환의 회화와 설치 작품만으로 부스를 꾸렸다.
 
현재 갤러리 카멜 메누어가 대표하는 작가만 40명에 이른다. 메누어는 같이 일할 작가와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뢰, 충실함, 존경심 그리고 진정한 우정을 꼽았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한국 작가는 없지만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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