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20 13:27
[인터뷰] 백현진 작가
미술, 음악, 영화 가리지 않고 전방위 ‘돌격’
우연성 기인한 즉흥적·직관적 작업에 몰두…
‘예측 불가’ ‘무질서’ 난무하는 최신작 65점 선봬
‘노동요 :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展, 3월 31일까지 PKM
해도 너무 한다. 현대예술에서의 장르 구분이 무의미하다지만 백현진(47)은 도가 좀 지나치다. 전시장뿐 아니라 무대와 스크린, 안방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그를 두고 어떤 이는 작가로, 누군가는 가수로, 다른 누구는 배우로 기억한다. 백현진은 화가이며 설치미술가이고 행위예술가이자 음악가이며 배우 겸 감독이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찰 만큼 전방위에 걸친 예술 분야를 아우르고 가로지르는 멀티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꼭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불분명한 정체를 정의 내려 달랬더니 대뜸 스스로를 ‘한남충 꼰대’라고 소개한다. 이렇듯 예측 불가 행보로 헉 소리 나게 만드는 백현진은 2017년 올해의 작가상 최종 4인에 들어 본격 미술계 메이저리그로 부상했다. 이전에는 미술 한다고 설치는 딴따라 정도로 폄훼됐었다면 올해의 작가상을 기점으로 다재다능한 또라이로 공인받은 셈이다. “그런 소문을 듣곤 하죠. 날 두고 별것 아닌 놈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이젠 나를 그림 오래 해온 놈이라고 한다대요.”
홍대 미대 조소과를 1년 만에 중퇴하고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전업 작가로 끝장을 보자 결심했고 지금은 자신의 예술세계를 마음껏 내보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반열에 섰다. “저의 20대를 돌아보면, 분노에 가득 차서 골이 난 청년이 예술이란 막연한 망망대해에 자신을 냅다 던졌던 것 같아요. 이제 저도 어느덧 꼰대 나이인데, 당시의 저와 같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내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있을 걸 생각하면 섬뜩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작업해야지.”

음악도 하고 연기도 하는 작가인 백현진은 그림 그리고 설치하고 퍼포먼스도 한다. 그중에 페인팅은 그의 예술 활동의 근간이다. 수행하듯 직관적으로 실행해온 회화 작업은 그의 다채로운 활동의 바탕이며, 다재다능한 작가로서의 적응력과 구성능력의 모체이자 원천이다. 그의 캔버스 화면에는 화가, 가수, 행위예술가, 배우를 관통하는 그의 몸짓, 그리고 그만의 시적 리듬이 중첩돼 순수 추상과 일러스트적 구상이 어우러진다. 여러 이미지가 산재해 있어 산만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이란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과정 속에 몸을 맡겨 도출된 우연, 불연속적 화면은 백현진만의 트레이드마크.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제작된 그의 최신작 60여 점이 PKM에 걸렸다. 작가의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과정을 통해 제작된 그림들이 전시장 벽면을 불균형하게 채우며 독특한 난장을 빚어낸다. 일정 크기의 모듈화된 페인팅은 이번 전시의 전체이면서 한 조각이기도 하다. “제가 백날 제 작품에 관해 설명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관람객이 보고 느끼는 그 자체가 내 그림의 정의이자 설명이죠. 제 그림을 본 예순다섯 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각기 다른 예순다섯 점을 골라준다면 너무나 좋겠어요. 그건 내 작업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신호일 테니까요.” 전시장에서 백현진을 마주친다면 꼭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말해줘야 할 것. 전시는 3월 31일까지 열린다. 다음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문답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명 뜻부터 좀 물어보자. 타이틀에 서로 접점 없는 단어들이 나열돼 있다. ‘노동요’, ‘흙’, ‘매트리스’, ‘물결’… 이것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이나 잔상이 반복되면서 작업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다들 한 번쯤 길거리에 버려진 침대 매트리스를 본 적 있을 거다. 무심히 내버려져 골목길 전봇대나 담에 세워진 매트리스를 봤는데, 그 형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더라. 이내 매트리스를 훑고 지나가는 흙먼지 바람 같은 게 떠올랐고 이 이미지들이 반복되고 변형되다가 나온 제목이다. 뭐, 내가 누워있는 걸 엄청나게 좋아해서 매트리스를 제목에 넣은 이유도 살짝 있다. 그리고 내가 물결 바라보면서 멍 때리는 걸 즐겨서 물결도 제목에 추가했다. 이 단어들을 한데 담을 보자기 같은 게 필요해서 그 역할을 노동요에 준 거고. 암튼 이런 과정 끝에 탄생한 제목이다. 원래 내가 좀 두서가 없다.”
─평소에 노동요를 즐겨 부르나 보다.
“작업할 때 자주 흥얼거린다. 노동요 정의를 찾아보니 적막함을 피해 흥을 올려 일의 능률을 높이려 부르는 노래라고 하던데, 나는 반대다. 오히려 적막함을 유지하기 위해 부르는 게 나의 노동요랄까.”
“작업할 때 자주 흥얼거린다. 노동요 정의를 찾아보니 적막함을 피해 흥을 올려 일의 능률을 높이려 부르는 노래라고 하던데, 나는 반대다. 오히려 적막함을 유지하기 위해 부르는 게 나의 노동요랄까.”
─이번 전시는 2017년 이후 2년 만에 마련된 개인전이다.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출품작들이 2018~2019년 제작된 최신작인데.
“큰 변화로는 캔버스 안에 내용물을 많이 줄였다는 점? 이전에는 캔버스를 자꾸 채우려고만 했다. 통장 잔고마냥 비어있으면 좌불안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좀 덜 그리고 싶더라. 무언가를 자꾸 채워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선 몇 개만 넣고도 끝났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으니까.”
“큰 변화로는 캔버스 안에 내용물을 많이 줄였다는 점? 이전에는 캔버스를 자꾸 채우려고만 했다. 통장 잔고마냥 비어있으면 좌불안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좀 덜 그리고 싶더라. 무언가를 자꾸 채워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선 몇 개만 넣고도 끝났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으니까.”
─화이트 큐브 벽면에 누런 리넨이 이질적이다. 리넨 물성을 살린 것이 일면 자연스럽기도 하고 미완의 느낌이 드는데, 완성의 지점에 대한 고민이 읽히는 것 같다.
“실제로 완성과 미완성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어 흥미롭게 들린다. ‘덜 그린’ 그림을 엄청 많이 그리고 싶었다. 뭐가 그려질지도 모르면서 100점 정도는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가늠했는데 엄격하게 선별하거나 작정하고 그린 것도 아니고 해오던 대로 그려서 65점이 나왔다. 이번 출품작은 바탕칠 작업 없이 리넨에 아교만 칠했다. 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마감이 잘됐다거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는 것엔 관심 없다. 개인적으로 숨 막히는 완벽함을 지닌 예술작품엔 심히 거부감이 들 정도다. 작정하고 갈고 닦은 듯한 그런 완성도는 슈퍼카나 우주선만으로 족하지 않겠나.”
“실제로 완성과 미완성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어 흥미롭게 들린다. ‘덜 그린’ 그림을 엄청 많이 그리고 싶었다. 뭐가 그려질지도 모르면서 100점 정도는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가늠했는데 엄격하게 선별하거나 작정하고 그린 것도 아니고 해오던 대로 그려서 65점이 나왔다. 이번 출품작은 바탕칠 작업 없이 리넨에 아교만 칠했다. 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마감이 잘됐다거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는 것엔 관심 없다. 개인적으로 숨 막히는 완벽함을 지닌 예술작품엔 심히 거부감이 들 정도다. 작정하고 갈고 닦은 듯한 그런 완성도는 슈퍼카나 우주선만으로 족하지 않겠나.”
─층고 5m 이상 되는 전시장 벽면을 정방형 신작으로 다닥다닥 채웠다. 연속되는 캔버스가 퍼즐 조각처럼 보인다. 이들 작품은 서로 짝지어야만 유의미한가.
“내 그림엔 상하좌우가 따로 없다. 그래서 작업할 때 나도 캔버스 돌려가면서 그렸다. 그래서 이걸 벽에 걸든 바닥에 두든 냉장고에 올려놓든 아무렴 좋다. 조합도 자유롭다. 그림 한 점만 혼자 있든, 어떤 작품끼리 붙여놓든 상관없다. 매뉴얼이 없다는 소리다. 작품을 짝짓든 말든 그건 작품 거는 사람 마음이다.”
“내 그림엔 상하좌우가 따로 없다. 그래서 작업할 때 나도 캔버스 돌려가면서 그렸다. 그래서 이걸 벽에 걸든 바닥에 두든 냉장고에 올려놓든 아무렴 좋다. 조합도 자유롭다. 그림 한 점만 혼자 있든, 어떤 작품끼리 붙여놓든 상관없다. 매뉴얼이 없다는 소리다. 작품을 짝짓든 말든 그건 작품 거는 사람 마음이다.”

─그럼 작품 설치 위치는 어떻게 정한 건가. 그 말대로라면 마구잡이로 걸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런 셈이다. 작업실에서 그림 건조시키던 그 순서대로 가져와서 붙인 건데, 그때의 배열이 딱히 만족스러워서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가 쌓인 순서를 전시장에다가 적용한 것일 뿐. 설치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 하나 찍듯이 벽에다가 한 점 걸어놓고 그 그림을 기준으로 그때그때 직관적으로 붙여갔다.”
─<패턴 같은 패턴> <쓸쓸한 정전기> <엄청난 동네 개> <1127킬로칼로리> <여기에 있는 모든 그림의 제목은 없어도 좋다> 등 작품명과 연관해 그림을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제목은 어떻게 짓나.
“내겐 작품명이라기보단 별명에 가깝다. 예전엔 별명부터 먼저 지어놓고 작업하기도 했으나 요즘엔 작업 다 끝마치고 지어준다. 그 중, <여기에 있는 모든 그림의 제목은 없어도 좋다>는 내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별명이다. 그림끼리 별명이 뒤바뀌어도 무방하다. 제목과 달리 별명이란 게 그렇지 않나.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바뀐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니까. 전시장 올 때마다 별명 한 번씩 다 불러주고 돌아간다. 기억력 되게 안 좋은데, 이상하게 별명은 다 기억하고 있다.”
“내겐 작품명이라기보단 별명에 가깝다. 예전엔 별명부터 먼저 지어놓고 작업하기도 했으나 요즘엔 작업 다 끝마치고 지어준다. 그 중, <여기에 있는 모든 그림의 제목은 없어도 좋다>는 내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별명이다. 그림끼리 별명이 뒤바뀌어도 무방하다. 제목과 달리 별명이란 게 그렇지 않나.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바뀐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니까. 전시장 올 때마다 별명 한 번씩 다 불러주고 돌아간다. 기억력 되게 안 좋은데, 이상하게 별명은 다 기억하고 있다.”
─전시 기간 중 거의 빠짐없이 매주 4회씩 퍼포먼스 ‘뮤지컬 : 영원한 봄’을 가진다. 무슨 뮤지컬인가.
“내가 집에서 흥얼거리는 20분짜리 노래가 있는데, 멜로디가 단순하다. 그걸 부르면서 벽을 칠하는 게 이번 퍼포먼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려하고 작위적인 뮤지컬이 아니라 지극히 단조로운 뮤지컬로 이해해주면 된다. 할 때마다 내용이 다르고 매번 여러 시도를 할 거다. 뭔지는 비밀이고. 솔직히 나도 다른 누군가의 퍼포먼스를 5분 이상 보기 힘들더라.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이 부분은 이전부터 쭉 해온 고민 중 하나다. 대체 어떻게 해야 관람객이 지루해하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퍼포먼스가 될 수 있나… 나는 음악을 다룰 수 있으니까 이런 면에서 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공식 일정은 딱 한 주를 제외하곤 하루 2회씩 주 2회 가진다. 여기에다 추가로 번개 퍼포먼스를 열려고 계획 중이다.”
“내가 집에서 흥얼거리는 20분짜리 노래가 있는데, 멜로디가 단순하다. 그걸 부르면서 벽을 칠하는 게 이번 퍼포먼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려하고 작위적인 뮤지컬이 아니라 지극히 단조로운 뮤지컬로 이해해주면 된다. 할 때마다 내용이 다르고 매번 여러 시도를 할 거다. 뭔지는 비밀이고. 솔직히 나도 다른 누군가의 퍼포먼스를 5분 이상 보기 힘들더라.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이 부분은 이전부터 쭉 해온 고민 중 하나다. 대체 어떻게 해야 관람객이 지루해하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퍼포먼스가 될 수 있나… 나는 음악을 다룰 수 있으니까 이런 면에서 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공식 일정은 딱 한 주를 제외하곤 하루 2회씩 주 2회 가진다. 여기에다 추가로 번개 퍼포먼스를 열려고 계획 중이다.”

─언젠가는 퍼포먼스를 굉장히 오래 한 적도 있지 않던가. 그에 비해 20분은 너무 짧은 건 아닌지.
“몇 년 전, 플라토에서 할 땐 쉬지 않고 8시간 동안 했었다. 관람객 중 한 명이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더라. 처음에는 반갑다가 나중에는 무서워져서 끝낸 뒤 피해서 다른 문으로 나갔다.(웃음) 2016년 PKM에서 개인전할 때, 휴관일 빼고 매일 2시간씩 퍼포먼스하다가 탈 난적도 있다. 더는 그렇게 무리하면서 하지 말자 마음먹었다. 이번에 20분씩 하는 건 껌이다.”
─독선가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아까 흥미로운 걸 목격했다. 관람객에게 작품 봐줘서 고맙다고 싱글벙글하던데. 또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질 않나. 의외로 소통에 관심이 많고 친절한 면이 있다?
“그런가? 사진이 그림을 온전히 재현할 수 없는 법이니 소셜미디어에 고해상도 이미지로 올리려는 거다. 남들한테 내 그림 잘 보여주려는 내 욕망이다. 그림 오래 쳐다보고 있는 사람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라. 내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그림을 오래 감상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런던에서 전시할 때인데, 한 평범한 아저씨가 내 그림 앞에서 1시간을 있었다. 지금 그림하곤 많이 다를 때였다. 암튼 그 아저씨가 무지 반가웠다. 자기도 뭔가 재미가 있으니 그 시간 동안 봤을 거 아닌가. 누가 내 작업 뚫어지게 보거나 좋다고 해주면 이유는 고민해본 적 없고 또래 작가 중 내가 그나마 좀 덜 구린가 보다 생각할 따름이다.”
“그런가? 사진이 그림을 온전히 재현할 수 없는 법이니 소셜미디어에 고해상도 이미지로 올리려는 거다. 남들한테 내 그림 잘 보여주려는 내 욕망이다. 그림 오래 쳐다보고 있는 사람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라. 내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그림을 오래 감상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런던에서 전시할 때인데, 한 평범한 아저씨가 내 그림 앞에서 1시간을 있었다. 지금 그림하곤 많이 다를 때였다. 암튼 그 아저씨가 무지 반가웠다. 자기도 뭔가 재미가 있으니 그 시간 동안 봤을 거 아닌가. 누가 내 작업 뚫어지게 보거나 좋다고 해주면 이유는 고민해본 적 없고 또래 작가 중 내가 그나마 좀 덜 구린가 보다 생각할 따름이다.”
─우연성에 기인한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 즉흥성과 영감은 어디서 오나.
“훈련됐으니 가능한 거다. 나는 직관적으로 작업하는 것에 오랜 시간 훈련돼 있고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다. 회계사는 큰 숫자를 쉽게 다루는데 나보고 그거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 한다.”
“훈련됐으니 가능한 거다. 나는 직관적으로 작업하는 것에 오랜 시간 훈련돼 있고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다. 회계사는 큰 숫자를 쉽게 다루는데 나보고 그거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 한다.”
─작업 루틴은? 본인 작업처럼 따로 정해진 틀이나 규칙은 없나.
“뮤지션들 중에 올빼미들 많고 나 역시 그랬다. 밝은 게 싫어서 자꾸 어둠을 찾았는데 지금은 무려 아침형 인간이다. 이번 출품작 중 절반은 아침 7시 작업 착수해 정오 전에 작업한 것들이다. 시간표를 짜놓은 건 아니지만 요즘은 이른 아침에 작업하는 게 좋더라. 작업실 한 면이 통유리라 자연광 받으며 그린다. 그래서 그림 색이 좀 밝아졌나 하는 생각도 들고…”
“뮤지션들 중에 올빼미들 많고 나 역시 그랬다. 밝은 게 싫어서 자꾸 어둠을 찾았는데 지금은 무려 아침형 인간이다. 이번 출품작 중 절반은 아침 7시 작업 착수해 정오 전에 작업한 것들이다. 시간표를 짜놓은 건 아니지만 요즘은 이른 아침에 작업하는 게 좋더라. 작업실 한 면이 통유리라 자연광 받으며 그린다. 그래서 그림 색이 좀 밝아졌나 하는 생각도 들고…”

─<패턴 없는 패턴001>은 17일간의 단식 중 그린 그림이라고 들었다. 뜬금없이 웬 단식?
“단식 중에 처음 그린 그림인데, 상하좌우가 따로 없는 패턴이 될 수 없는 패턴 같은 무언가를 그리려고 했다. 단식은 몸과 마음을 리셋하고 재정비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자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하는 정도. 지난해 초, 정신적으로 어렵고 우울했다. 작업에도 집중이 잘 안 됐다. 그래서 단식을 시작했고 하다 보니 17일이 지나갔다. 하고 나면 머릿속이 평소와 달라진 것을 느낀다. 재밌기까지 해서 계속 더 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말렸다. 단식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17일 갖고 명함 내밀 급은 못 된다. 단식하는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서 얻은 꿀팁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나는 죽염과 감잎차 조합이 잘 맞더라. 다들 들으면 헉하는데, 처음 3일이 힘들지 이후에는 식욕도 가신다.”
─그림 얘기만 하다가 배우란 사실을 깜빡했다. 연기란 본인이 아닌 다른 인물로 일부러 분하는 건데, 인위적인 것을 지양하면서 연기를 꾸준히 이어오는 것이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나는 연기가 재밌다. 재밌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시나리오대로만 하라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아무리 뛰어난 감독과 일하더라도 말이다. 언젠가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알려진 유명 배우 몇몇에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연기하면서 다른 누가 된다는 것은 무엇이냐고. 그들 모두 같은 답을 했다. 자기 안에 이미 내재돼 있던 캐릭터 하나를 꺼내오는 거지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냐고 하더라. 내 생각도 같다. 연기할 때 나는 내가 평소 말하는 것처럼 할 뿐 다른 인물인 척은 해본 적 없다.”
“일단 나는 연기가 재밌다. 재밌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시나리오대로만 하라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아무리 뛰어난 감독과 일하더라도 말이다. 언젠가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알려진 유명 배우 몇몇에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연기하면서 다른 누가 된다는 것은 무엇이냐고. 그들 모두 같은 답을 했다. 자기 안에 이미 내재돼 있던 캐릭터 하나를 꺼내오는 거지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냐고 하더라. 내 생각도 같다. 연기할 때 나는 내가 평소 말하는 것처럼 할 뿐 다른 인물인 척은 해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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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어긋나고 헐렁한 것을 추적하고 기록하고 싶다. 다행히도 나는 다룰 수 있는 매체가 여러 가지니 노래로 표현해보기도, 그림으로 드러내기도 하는 거다. 올해는 꼭 새 앨범을 내야지 작심했다. 곡들은 계속 쓰고 있어서 녹음만 하면 된다. 공연도 더 많이 자주 할 거다. 그림이야 항상 그리고 있으니 말하면 입 아프고.”
─마지막 질문. 무어라 불릴 때가 가장 편한가. 작가? 예술가? 음악가?
“제발 선생님이라고만 하지 말아 달라. 선생은 무슨 선생. 나는 작가라고 불릴 때가 제일 좋다. 다만 작가님이라고 존칭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날 보면 그냥 백현진 작가라고 불러 달라.”
“제발 선생님이라고만 하지 말아 달라. 선생은 무슨 선생. 나는 작가라고 불릴 때가 제일 좋다. 다만 작가님이라고 존칭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날 보면 그냥 백현진 작가라고 불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