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12 18:52
10호 미만 小品 수집하며 안목 길러
“작품을 사는 건 작가의 생애를 사는 것”
작품 구매 전, 미술 공부 필수…
미술사, 미학, 역사 등 관련 서적과 유튜브 활용 추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7 국내 미술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갤러리에서 판매된 작품수는 21만5825점, 경매와 아트페어에서는 각각 12만7798점, 7만3593점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마다 판매 작품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더불어, 아트 컬렉터도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아트조선>은 아트 컬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강한 미술품 수집 문화를 선도하고, 국내 미술시장, 나아가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점쳐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여미옥(57) 홍선생미술 대표는 1998년부터 미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며 사업체를 일궈왔다. 그에게 미술이란 산소처럼 호흡처럼 늘 곁에 있고 자연스레 취하는 습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뜻 작품을 구매했던 것은 아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것과 이를 사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모 아트페어에서 한 그림에 정신이 팔려 그 앞을 떠날 줄 몰랐다고 했다. 작디작은 4호짜리 그림 앞에서. “작아도 어찌나 강렬하던지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보고 또 보던 여 대표는 작지만 응축된 에너지를 품은 그 소품을 구매했다. 그의 첫 컬렉션이었다. 이후 깊은 그에게 인상을 준 작품이라면 회화, 조각 등 장르 가리지 않고 고루 수집해왔다.
작품 구매에 선행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 대표는 공부를 꼽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며 초보 아트컬렉터에게 미술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역시 지금까지도 미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술을 향한 순수한 관심과 애정으로부터 그의 기나긴 공부는 시작됐다. 가장 먼저 파고든 것은 세계 미술사였단다.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미술작품 입문자라면 적어도 미술사와 미학, 세계사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인터뷰 내내 힘줘 말했다. 지금 여기, 아트컬렉터를 꿈꾸고 있는 누구라면,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 여 대표에 물었다.
─미술사와 미학이라. 사실 다들 알면서도 공부하기 어려워하는 내용 아닌가.
“정말 그러더라. 관련 책을 사도 처음 몇 페이지 읽다가 포기하는 사람들 많이 봤다. 괜히 거창하고 전문적인 책을 사면 부담스러워 다 읽기 힘들다.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나 ‘서양미술사 곰브리치’, 서양미술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나 잰슨의 ‘서양미술사’를 추천한다. 쉬운 책부터 읽다 보면 없던 관심도 생기지 않던가. 그리고 책이 부담스럽다면 동영상으로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동영상이라고 하면?
“유튜브나 테드에 세계 미술에 관한 좋은 영상과 강의가 넘쳐난다. 무작정 보기보단 ‘머리에 그리듯’ 시청하면 즐겁게 익힐 수 있을 거다. 다만, 이건 내가 경험한 것인데,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헷갈리고 지치는 때가 온다. 고대부터 인상주의까지는 잘 흡수되는 것 같다가도 현대미술쯤 이르면 길 잃은 듯 헤매는 경우를 봤다. 이때 나는 다큐멘터리들을 보며 지금껏 배운 것을 되짚고 정리할 수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2014), ‘페기 구겐하임 : 아트 애딕트’(2015), ‘허브 앤 도로시’(2008), 이들 다큐멘터리를 보며 나는 미술에 입문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미술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으나,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점차 그러길 반복하다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계속 말하지 않아도 직접 체감하게 된다.”
“유튜브나 테드에 세계 미술에 관한 좋은 영상과 강의가 넘쳐난다. 무작정 보기보단 ‘머리에 그리듯’ 시청하면 즐겁게 익힐 수 있을 거다. 다만, 이건 내가 경험한 것인데,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헷갈리고 지치는 때가 온다. 고대부터 인상주의까지는 잘 흡수되는 것 같다가도 현대미술쯤 이르면 길 잃은 듯 헤매는 경우를 봤다. 이때 나는 다큐멘터리들을 보며 지금껏 배운 것을 되짚고 정리할 수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2014), ‘페기 구겐하임 : 아트 애딕트’(2015), ‘허브 앤 도로시’(2008), 이들 다큐멘터리를 보며 나는 미술에 입문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미술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으나,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점차 그러길 반복하다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계속 말하지 않아도 직접 체감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익히 들어온 세상이치가 미술 작품에도 해당하나보다.
“그렇다. 작품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알고 있는 만큼 감상할 수 있기 마련이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그러지 않던가. 급한 마음에 일단 던지고 보는 ‘묻지마투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듯 예술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구매하기에 앞서 먼저 본인의 롤모델을 선정하는 것을 권하곤 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컬렉터를 찾아 그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했는지 모방해보는 거다. 롤모델의 방식을 따라 작품 투자를 하면 후회하지 않는 구매가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그렇다. 작품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알고 있는 만큼 감상할 수 있기 마련이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그러지 않던가. 급한 마음에 일단 던지고 보는 ‘묻지마투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듯 예술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구매하기에 앞서 먼저 본인의 롤모델을 선정하는 것을 권하곤 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컬렉터를 찾아 그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했는지 모방해보는 거다. 롤모델의 방식을 따라 작품 투자를 하면 후회하지 않는 구매가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안목이 높아지려면 많은 작품을 봐야 하는데, 해외여행만 줄곧 다닐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세계 미술관에서 원화를 보면 가장 좋겠지만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작품을 볼 수 있다. ‘구글아트앤드컬처(舊 구글아트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전세계 미술관의 소장품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다. 1000곳이 넘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작품이 시대별, 사조별로 구분된 그야말로 미술품의 보고(寶庫)다. 또 국내 전시들을 자주 다니며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절호의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세계 미술관에서 원화를 보면 가장 좋겠지만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작품을 볼 수 있다. ‘구글아트앤드컬처(舊 구글아트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전세계 미술관의 소장품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다. 1000곳이 넘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작품이 시대별, 사조별로 구분된 그야말로 미술품의 보고(寶庫)다. 또 국내 전시들을 자주 다니며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절호의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언제부터 작품을 수집하게 됐나? 처음으로 수집한 작품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렇게 미술사와 미학을 공부하면서도 처음 10여 년 정도는 작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그저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탐방 다니며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2010년, 모 아트페어 관람을 갔다가 한 작품에 매료됐다. 거기에 시선이 꽂혀 몇 시간을 그 앞에 있었다. 그림 하나에 심취하면 그럴 수도 있더라. 그리곤 그 작품을 사들였다. 내 생애 첫 컬렉션이었다. 4호 크기의 작은 그림이었지만 그 작품성이 아주 탄탄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볼수록 그렇게 행복하고 무한의 기쁨을 주더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이랄까. 어쨌든 내 첫 컬렉션이 소품이라 그런지 지금까지도 나는 10호 미만의 작은 작품을 선호한다.”
─소품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교과서나 책에서 보면서 ‘우와’ 싶었던 작품 중에는 소품이 많다. 멋진 그림은 죄다 큰 줄로 알지만 3호짜리인데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작품들이 있더라. 작품 고유의 아우라는 크기와는 무관한 것 같다. 사이즈는 작더라도 응축된 에너지를 지닌 작품이 좋다. 이렇게 소품에서 안목을 기르면 나중에는 그보다 큰 작품이나 대작도 볼 줄 아는 식견이 생긴다.”
“우리가 교과서나 책에서 보면서 ‘우와’ 싶었던 작품 중에는 소품이 많다. 멋진 그림은 죄다 큰 줄로 알지만 3호짜리인데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작품들이 있더라. 작품 고유의 아우라는 크기와는 무관한 것 같다. 사이즈는 작더라도 응축된 에너지를 지닌 작품이 좋다. 이렇게 소품에서 안목을 기르면 나중에는 그보다 큰 작품이나 대작도 볼 줄 아는 식견이 생긴다.”
─ 회화부터 조각까지 다채롭게 섭렵한다. 그래도 좀 더 마음이 가는 매체가 있다면?
“사실 나는 장르보다도 작가와의 교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작가와 마음이 통하면 그 작품에도 애정이 깃들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작가를 만나기 전에 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 결국 다시 공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머쓱하다.(웃음) 작가 개인의 작품세계부터 시작해, 예컨대 도예작가를 만날 땐 도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식이다.”
“사실 나는 장르보다도 작가와의 교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작가와 마음이 통하면 그 작품에도 애정이 깃들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작가를 만나기 전에 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 결국 다시 공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머쓱하다.(웃음) 작가 개인의 작품세계부터 시작해, 예컨대 도예작가를 만날 땐 도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식이다.”
─예술 작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술품은 예술이기도 하고 자산이기도 하다. 미술품은 자신의 월급 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만큼의 비용을 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방이나 옷은 잘 사면서 작품 사는 데에는 머뭇거리게 되는 데에는 작품의 가치를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예술품은 소비재가 아니다. 잘 고른 그림 한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고 인정받는다. 그림 한 점, 조각 한 점이 공간을 아름답게 변화하고 나아가 보는 이의 감상과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