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 아트페어, ‘레오 카스텔리’처럼 상업성과 예술성을 넘나들다.

입력 : 2018.12.11 19:45   |   수정 : 2018.12.12 09:30

아트 쾰른, 아트 바젤, 피악, 아트 시카고부터
테파프, 홍콩국제아트페어, 상하이 아트페어에 이르기까지…
아트페어, 미술시장의 팽창과 거품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안재영 미술평론가(광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학과 교수,조선일보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여러 화랑이 같은 곳에 모여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 즉 화랑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고 판매를 촉진하며 미술품 시장을 활성화할 목적의 행사 형태로 개최하는 것이 바로 아트페어. 갤러리들이 일정한 시기와 장소에 모여 시장을 열면 컬렉터들이 집결해 미술품을 대규모로 사고파는 형식이다. 컬렉터, 큐레이터, 아티스트, 갤러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적인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하는 자리다.
 

아트페어가 컬렉터나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현재 미술시장의 동향을 어느 정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이자, 여러 나라의 갤러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좋은 작품을 한꺼번에 비교하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마련해준다. 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관련 인사들을 초청해 강좌와 세미나 등도 진행하고 어린이나 학생들을 위한 특별 가이드 투어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아트페어는 개최되는 도시와 참여 화랑의 목적에 따라 성격이 약간씩 달라지지만, 보통 몇 개 이상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비교적 상업적인 행사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비엔날레 혹은 전시회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때때로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 간의 정보교환과 작품 판매촉진, 시장 확대를 위해 주로 화랑 간의 연합으로 개최된다. 여러 화랑들이 협업해 열리는 시장인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한다. 개최 기간에는 미술작품의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서 경제적인 효과도 얻으며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만한 계기를 제공한다.
 
한국도 아시아 최대의 미술품 전시회로 여기는 키아프(KIAF)를 비롯해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무수히 많다. 미국 해안도시인 마이애미의 아트페어와 입지 조건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부산에서도 12월에 부산국제아트페어가 열렸으며 20세기 소련 작가의 작품을 대거 선보이고 인도, 일본 등 국내외 작품 3000여 점이 전시됐다.
 
미술시장에는 국제전시, 비엔날레, 옥션 등 다양한 형식이 존재하지만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상당한 자금이 오가며 수익성을 창출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는 아트페어다. 게다가 아트페어 시장은 아트딜러와 갤러리들의 격한 경쟁이 이뤄지는 전쟁터다. 세계의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가치가 결정되고 미술시장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는 아트페어는 특히 상업적인 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아트페어라는 것이 본래 작품을 사고팔고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장소이기에 조각조각 칸막이로 공간을 막아 놓고 각각의 갤러리 작품들을 걸어 놓은 모습은 예술 작품을 마치 상품처럼 만들어 버리고, 아티스트의 후원자이자 가장 측근인 갤러리스트는 단순한 판매상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트페어가 상업성과 예술성을 넘나들며 국제적인 문화예술교류의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더불어 세계 미술계의 큰 흐름을 알 수 있고, 소위 가장 잘나간다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트페어를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 또한 유명 큐레이터를 초청해 특별 전시를 열고, 실험성 강한 설치미술 작품들을 특별히 주문 제작해 전시하기 때문에 비록 실제로 구매를 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고 해도 볼거리가 다양해졌다.
 
본래 국제 4대 아트페어라고 불리던 것은 아트 쾰른(Art Cologne, 1967), 스위스 아트 바젤(Art Basel, 1969), 프랑스의 피악(FIAC, 1974), 미국 아트 시카고(Art Chicago, 1980)였다. 그 외에 저명한 뉴욕의 아모리쇼, 영국의 프리즈, 그리고 스페인의 아르코, 홍콩 국제아트페어, 상하이 아트페어가 있다. 다양한 경쟁 속에서 뜨고 지는 아트페어가 무수하다.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의 팽창과 거품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한 것이 아트페어 시장이다.
 
항상 수익성과 화제성에 있어서 부동의 1위를 달려온 아트페어는 스위스의 아트바젤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급 미술 장터로 회화는 물론이고 조각 드로잉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까지 모든 장르의 미술작품 중 최고급·최고가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흔히 세계 미술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매회 관람 인원은 약 300만 명에 육박하며 단연 세계 최고,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보다 세계 최고의 럭셔리 아트페어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는 테파프(TEFAF, The European Fine Art Fair)가 열리는 장소로 세계 각지의 셀러브리티와 컬렉터가 몰린다. 테파프(TEFAF)는 과거 앤틱상인들이 모여 시작되었고 지금은 고대 로마미술부터 중세 미술, 모더니즘,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술품 컬렉터들의 좋은 쇼핑의 장소다.
 
아트페어가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최대 미술시장이 되었다. 중국의 미술품과 골동품 점유율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서구 현대미술에 대한 투자 역시 자국의 현대미술을 시작으로 중국인들의 수요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제는 중국 컬렉터의 어마어마한 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중국과 아시아권 컬렉터들의 힘은 아트페어와 미술시장을 지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홍콩은 오랜 영국 식민지 역사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어가 통용되고, 동서양의 문화가 잘 어우러진 도시라는 점도 외국인들이 쉽게 홍콩을 방문하며 미술시장이라는 여러 가지 조건에서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고시안 갤러리와 화이트 큐브가 각각 홍콩 지점을 두며 미술시장에서 홍콩의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매력적인 미술시장으로 만들어 냈다.
 
이처럼 중국을 비롯한 홍콩, 아시아 지역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한 아트 바젤은 홍콩에 진출시켰고 홍콩을 미술계에서 아주 독특한 위치에 서게 했다. 지역적으로는 중국과 가까워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최저의 세금, 코스모폴리탄적인 도시 등이 홍콩을 미술문화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성공시키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자금력, 우수한 전시환경, 외환거래의 편의성 등으로 미술품거래의 허브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트페어는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하다. 어떤 종류의 아트페어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타깃 설정도 잘해야 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성공적으로 아트페어를 정착한 케이스로 한국의 아트페어들도 고민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아트페어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갤러리들이 모든 페어에 참가할 수 없고 아트페어들도 문을 닫는 학교처럼 속출하고 폐교정리가 되기 전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술품은 투자 가치는 높지만 폐쇄적 시장구조 탓에 특정 부류의 리그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액투자자의 유입이 느는 추세다.
 
오늘날의 새로운 아트 컬렉터들과 일반 대중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미술시장의 발달로 미술 트렌드와 뉴스에 대한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세계 미술시장은 금융자본주의 경제와 인터넷 문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른 여러 소비의 주체들을 통해 저변의 확대가 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미술 시장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예술품의 수요 감소로 인해 고전하는 중이다. 테파프가 발간하는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작품판매액의 40%는 아트페어를 통해서 판매된다. 또한 온라인 미술시장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보인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미술시장에 비해 온라인 미술시장에서 저가의 미술품 거래가 활발해 새로운 투자자 유입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계 미술과 문화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경매는 매년 거래가 늘었다. 아트페어처럼 무게의 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트페어 미술시장도 투명성과 접근성, 그리고 금융 분야에서 자산 및 채권을 증권화하는 유동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투자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자산을 토큰이나 코인으로 바꿔 원본데이터 대신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거래를 저장한다. 토큰은 기본자산인 예술작품과 함께 가치가 변동하고, 미술작품을 거래하기 위해 토큰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투자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은 희소하기 때문에 인기 작품의 경우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지만 경기에도 민감한 특징이 있다. 거래도 매우 드물게 일어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짧게 수년 이상의 기다림을 감내해야 한다. 또한 보관과 유지비용, 다른 상품과 비교해 높은 거래 비용은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요소다.
 
과거에는 개인 화상의 뛰어난 안목과 자본으로 작가를 후원하였지만 최근에는 아트페어가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트페어가 경매와 함께 미술시장의 가장 고도화된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한국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해 국내 작가를 소개하고 화랑의 작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인 플랫폼으로 아트페어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아트페어들이 열리고 있고, 세계적으로 열리고 있는 국제아트페어도 크고 작게 300여 개를 넘어서고 있으며 매머드 규모의 아트페어가 생겨나고 참가 부스가 많아지면서 너도나도 작품을 내놓기 때문에 이를 근시안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또한 아트페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높은 소득 수준과 안정된 생활기반, 그림을 볼 줄 알고 그것을 소장할 정도의 안목 있는 컬렉터와 화상들이 필요하다. 이것이 최고 최대의 아트페어로 부상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뉴욕의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 1907~1999)는 특별한 안목을 지닌 화상(畵像)이다. 또한 배우, 사진가, 화가, 조각가로 활동했고 갤러리의 기틀을 다진 뉴욕 현대 미술 상인이다. 20세기 전반 시절에는 파리에서, 후반에는 뉴욕에서 갤러리를 열어서 미술사의 현장을 만들어 냈고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지금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를 아트페어 시장에 올리면 기록적인 가격에 팔릴 것이다. 하지만 고흐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팔지 못해 하루 방세를 내지 못했다. 만약 레오 카스텔리 같은 안목 있는 화상과 좋은 시스템의 아트페어가 존재했다면 고흐는 생전에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인상주의는 파리의 폴 뒤랑 뤼엘(Paul Durand-Ruel, 1831~1922)이라는 화상이 있어서 기억되고, 앙브루와즈 볼라르(Ambroise Vollard, 1868~1939)라는 화상이 있어서 피카소가 있다. 그 외에도 데어 슈투름(Der Sturm)화랑을 운영하는 헤르바르트 발덴(Herwarth Walden)과 마거리트 페기 구겐하임(Marguerite Peggy Guggenheim)등의 화상들이 존재해 왔다.
 
아널드 하우저(Arnold Hauser)에 따르면 미술 시장의 출현에 의해 예술품은 더는 미적인 질 혹은 원작자의 예술적 등급에 따라 평가되지 않고 오히려 그때그때의 경기에 따른 유통 가치에 의해 평가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가치들이 결정되는 것은 주로 매매될 대상이 희귀한 것이냐의 여부이며, 그러한 희귀성은 유행과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미술 시장이라는 것은 화랑을 통한 판매 시장, 미술품 경매를 통한 경매 시장, 특정 장소에 여러 화랑이 모여 전시를 개최하고 미술품을 거래하는 아트 페어,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 이후 부상하고 있는 사이버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의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로는 작가, 화랑, 중개자, 소장자, 경매회사, 아트 페어, 미술관, 박물관, 정부와 기업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20세기 후반을 지나며 미술품 유통 과정에서 대표적인 형식으로 자리 잡은 아트페어가 21세기에 지금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이는 아트 페어가 예술품 매매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립하기 때문이며, 그 최첨단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아트페어가 대중화와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미술시장의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아트페어의 새로운 시각적 아이덴티티의 개발과 기획은 일반 관람객과 아트컬렉터들에게는 신선한 시각과 영감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국내 미술시장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젠 국내 아트페어의 정통성과 특별함을 고려하고 기존 아트페어들과의 차별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아트페어들이 이루어져야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할 때이다. (* 이 원고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예술 비평가-매체 매칭 지원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안재영은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 조선일보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됐으며,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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