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예술은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유재가 될 수 있을까?

입력 : 2018.11.09 18:42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맞아 ‘공유지로써의 예술’ 탐구…
안규철 등 참여한 ‘#예술#공유지#백남준’展, 내년 2월 3일까지
 

코끼리가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가득 실린 수레를 끌고 있다. 수레와 부처, 코끼리를 이어주는 케이블 전선, 그리고 그 전선과 함께 앞으로 이동하는 코끼리. 이는 기술 발달에 따라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미디어의 역사와 기억, 경험은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문화와 역사의 공유지인 셈. 백남준作 <코끼리 수레> 혼합매체 1999~2001 /백남준아트센터
코끼리가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가득 실린 수레를 끌고 있다. 수레와 부처, 코끼리를 이어주는 케이블 전선, 그리고 그 전선과 함께 앞으로 이동하는 코끼리. 이는 기술 발달에 따라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미디어의 역사와 기억, 경험은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문화와 역사의 공유지인 셈. 백남준作 <코끼리 수레> 혼합매체 1999~2001 /백남준아트센터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 백남준은 생전 이같이 주장하곤 했다. 1970년, 비디오를 유럽공동시장의 원형처럼 자유롭게 소통시켜 정보와 유통이 활성화되는 공유지로 바라보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예술공동체 ‘플럭서스'에 몸담으며 예술의 민주적 창작과 사용에 대해 고민했던 백남준. 예술로 소통하고 이를 매개로 세상을 재건하고자 했던 그 선구자의 뜻과 사유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예술#공유지#백남준>은 공동체의 규율과 협력으로 상생의 지대를 만드는 공유지와 공공재에 대한 고민과 탐구를 이어가는 전시. 백남준의 작품을 필두로 안규철, 옥인 콜렉티브, 박이소, 리미니 프로토콜, 히만 청, 정재철 등 총 13명의 작가(팀)이 참여해 예술의 새로운 존재론과 소통 방식을 주제로 한 작업을 내걸었다.
 
(좌)사운드미러를 본뜬 작품 앞 단상에 올라서면 소리의 공명을 경험할 수 있다. 안규철作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2018) /백남준아트센터, (우)노트와 펜이 전시장 입구에 준비돼 있다. 관람객은 공유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써서 내면 안규철이 이를 읽고 녹음해 재생한다. /아트조선
(좌)사운드미러를 본뜬 작품 앞 단상에 올라서면 소리의 공명을 경험할 수 있다. 안규철作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2018) /백남준아트센터, (우)노트와 펜이 전시장 입구에 준비돼 있다. 관람객은 공유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써서 내면 안규철이 이를 읽고 녹음해 재생한다. /아트조선
 
사운드미러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이 독일의 공습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 남부 해안지대에 구축했던 거대한 감청장치. 안규철은 여기에 영감을 얻어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를 설치했다. 스피커에서는 작가 글을 작가 목소리로 녹음한 불특정 내용의 문장이 흘러나온다. 전시기간, 작가는 관람객으로부터 단어나 문장을 접수받아 이를 녹음하고 재생한다. 안규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모두가 공유할만한 빛나는 말을 수집해서 들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위)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쓰레기로 제작한 정재철의 작품. <크라켄 - 또 다른 부분> 설치와 영상 혼합매체 2018, (아래)해양쓰레기 지형도 /아트조선
(위)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쓰레기로 제작한 정재철의 작품. <크라켄 - 또 다른 부분> 설치와 영상 혼합매체 2018, (아래)해양쓰레기 지형도 /아트조선
 
정재철은 바다를 뒤덮은 해양쓰레기를 가상의 바다괴물 ‘크라켄’이라고 부르며 이를 다룬 설치와 영상을 출품했다. 2013년부터 해양 오염과 바다 쓰레기에 관한 리서치와 참여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해안 지역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환경의 순환구조를 훼손하는 전 지구적 문제로 접근해 제주도와 신안 앞바다의 실제 해양쓰레기를 수집, 전시했다. <크라켄 - 또 다른 부분>을 통해 지구의 모든 생물체의 공유지와도 같은 바다가 처한 비극적인 현실과 그 심각성을 고발한다.
 
한 도시에 모여 사는 시민들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의 의견과 정체성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이 가능할까. 리미니 프로토콜의 퍼포먼스 ‘100% 도시’ 시리즈는 특정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 100명이 모여 서로 소개하고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해당 도시의 인구통계를 시민 간 문답을 통해 나타내고 노령화, 복지와 같은 사회 이슈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 광주> <100% 암스테르담>을 볼 수 있다.
 
(위)박이소作 <오늘>의 드로잉 2011 /백남준아트센터, (아래)드로잉을 토대로 재제작한 <오늘> 설치 전경. /아트조선
(위)박이소作 <오늘>의 드로잉 2011 /백남준아트센터, (아래)드로잉을 토대로 재제작한 <오늘> 설치 전경. /아트조선
 
아트센터 옥상에 아날로그 CCTV 네 대가 설치됐다. 작가의 생전 아이디어를 살려 일부러 아날로그 방식의 유선으로 설치한 것으로,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의 하늘을 쉼 없이 촬영하며 오늘의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촬영한다. 박이소는 인류 공동의 공유지로 하늘을 택했다. 그러나 그렇게 실시간 촬영되고 있는 하늘은 누구에게도 소장될 수 없고 오로지 그 순간에만 존재했다가 흘러갈 뿐이다. <오늘>은 작가가 2001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 출품할 설치를 위한 드로잉을 재제작한 것으로 지극히 장소 특정적이다. 잘린 벽, 각목 등이 널브러져 공사장처럼 연출해 건축과 파괴의 요소를 나타냄과 동시에 네 대의 프로젝터는 하늘의 고요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비했다.
 
한편, 아트센터는 2008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2종의 전시, 42종의 퍼포먼스를 운영했으며, 연평균 15만2000여 명, 10년간 총 152만 명이 전시를 관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전시를 바탕으로 미래의 미술관의 역할에 질문을 던지고 앞으로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설계하고자 한다. 전시는 내년 2월 3일까지 열린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