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서커스 한 편 보실래요?

입력 : 2018.11.01 12:42

박민준 ‘라포르 서커스’展, 현실-환상 넘나드는 오묘한 섬세함
 

다채로운 무늬로 장식된 두 마리의 백마와 무스의 뿔을 달고 있는 둥근 몸의 ‘에트로’, 나팔을 부는 ‘알토’, 단검의 명수 ‘아이카’ 등을 그린 대작 <라포를 위한 행진>. 이들은 모두 박민준이 지은 소설 <라포르 서커스>의 등장인물들이다. <라포를 위한 행진> Oil on Canvas 210x294cm 2016~2017 /갤러리현대
다채로운 무늬로 장식된 두 마리의 백마와 무스의 뿔을 달고 있는 둥근 몸의 ‘에트로’, 나팔을 부는 ‘알토’, 단검의 명수 ‘아이카’ 등을 그린 대작 <라포를 위한 행진>. 이들은 모두 박민준이 지은 소설 <라포르 서커스>의 등장인물들이다. <라포를 위한 행진> Oil on Canvas 210x294cm 2016~2017 /갤러리현대
서구 고전회화가 연상되는 섬세한 화풍의 박민준. 그의 상상 속에서는 요란하고 화려한 서커스가 펼쳐진다. 오랜만에 마련된 개인전에 마술 같은 장면을 묘사한 신작 20여 점과 최초로 선보이는 조각과 설치 작품을 내걸었다.
 
박민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공간 ‘라포르 서커스’와 그 안에 등장하는 서커스 단원들은 흡사 실제 모델을 두고 그린 듯 각 인물의 용모는 구체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맹인 곡예사, 사람과 대화하는 파란 원숭이, 복화술을 하는 꺽다리 관장,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는 동물 조련사, 칼 던지기 묘기 명수 등이 꾸미는 성대한 축제가 박민준의 캔버스에서 열린다. 현실 같으면서도 초현실적인 그의 화면에 눈길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작품 속 인물과 동물은 과장되고 호화로운 색감의 옷과 장식으로 치장하고 있다.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된 환상의 세계가 일면 납득이 가는 아이러니가 공존한다. 
 
박민준 작가가 작품 <죽음의 탄생> 앞에 섰다. 이 작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5)에서 도상을 빌려왔다. 호화로운 색감과 여인의 섬뜩한 표정이 대조적이다. <죽음의 탄생> Oil on Canvas 162x120cm 2017 /갤러리현대
박민준 작가가 작품 <죽음의 탄생> 앞에 섰다. 이 작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5)에서 도상을 빌려왔다. 호화로운 색감과 여인의 섬뜩한 표정이 대조적이다. <죽음의 탄생> Oil on Canvas 162x120cm 2017 /갤러리현대
특히 이번 전시에서 300호와 100호 크기의 대작을 선보인다. 이 그림들을 그린 뒤, 작가는 이번 전시명과 동명의 소설을 집필, 출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고 화면 속 인물과 그들이 빚어내는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설 속 주인공 ‘라푸’의 줄 타는 모습을 재현한 대형 조각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박민준은 홍대 미대 회화과 졸업 후 동경예술대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7년간 뉴욕에서 거주하다가 2015년 귀국 후 현재 제주도에 머무르며 작업 중이다. 25일까지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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