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12 16:08
‘슈퍼팝 아티스트’ 케니 샤프 아시아 최초 초대형 개인전
우주로의 탈출 꿈꾸는 유토피아적 공간 <코스믹 카반> 공개
플라스틱 폐기물 소재로 해 환경오염 경각심 일깨워
“20세기 후반의 예술이란 예술을 죄다 모아 믹서에 넣으면? 그게 바로 ‘슈퍼팝’.”
앤디 워홀 등이 주도했던 1세대 팝아트를 기반으로 다음 차원의 그것을 지향하는 슈퍼팝(Super Pop). 이를 명명하고 창시한 케니 샤프(Kenny Scharf·60)는 앤디 워홀 이후 세대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다. 팝아트를 비롯해 추상표현주의부터 미니멀아트까지 한데 섞어 공상과학 만화의 한 장면이나 외계생명체 캐릭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가볍고 유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작업은 환경문제, 물질주의, 핵전쟁 등 진중한 어젠다를 담는다.

케니 샤프는 1970년대부터 키스 해링, 장 미쉘 바스키아와 어울리며 스트리트 아트를 선구했다. 당시 하위문화로 취급받던 힙합, 펑크, 패션 등을 혼합해 실험적 예술방식을 주류로 끌어 올렸다. 키스 해링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대체 이 괴짜는 뭘까 생각했다”던 일화는 40년 전에도 케니 샤프가 엉뚱하고 괴상했던 것을 말해준다.

그는 1970년대 냉전, 경제공황, 우주시대 등 전무한 격동의 시기에 불안감과 두려움을 화려한 색채와 특유의 유머로 치환해 회화, 조각, 영상, 사진에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냉전기 미국이 국력의 상징으로 내세운 우주로의 탐험은 케니 샤프에게 큰 영감이었다. 더불어 당시 불거진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에 대한 그의 동경은 더욱 커졌고 더 나아가 그는 지구 종말 이후의 유토피아 건설을 꿈꿨다.

친구인 키스 해링의 말을 빌리자면 ‘맨해튼의 모든 쓰레기를 끌고 다녔다’는 케니 샤프는 일찍이 쓰레기와 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라디오, 전화기, TV, 자동차 등 평범한 생활용품을 커스터마이징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고자 했다. “예술은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합니다. 나는 아침 식사로 토스트를 먹는데, 여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공룡 장난감을 장식하면 특별하게 바뀌죠.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만들기 위함이에요.”

그는 쓰레기를 커스터마이징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코스믹 카반(Cosmic Cavern)>은 케니 샤프가 쓰레기로 만든 방으로, 1981년 불안과 혼란으로부터 안전한 공간, 즉 유토피아를 모토로 탄생됐다. 주워온 플라스틱 폐기물에 형광 페인트를 칠해 옷장 벽에 붙이는 것에서 시작돼 이후 휘트니뮤지엄 비엔날레에 출품해 큰 인기를 얻으며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작가라면 영원한 예술을 원하기 마련이죠. 플라스틱은 그런 측면에서 아주 잘 부합하는 재료에요. 심지어 바다에서도 사라지지 않잖아요?”
플라스틱 쓰레기로 둘러싸인 방에서 현실을 벗어난 사이키델릭한 우주를 가상 체험하며 동시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코스믹 카반>은 그가 열흘 넘게 전시장에 머물며 현장 작업한 것으로, 국내 관람객으로부터 사전 기증받은 폐장난감을 재료 일부로 썼으며, 백남준을 오마주한 TV를 설치했다.

“그림이란 정지해 있지만 내 그림을 보면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상상력이 내 그림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요.” 케니 샤프가 창조한 환상 세계로의 여행은 내년 3월 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