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서 채워내는 默言의 시간

입력 : 2018.09.12 11:49

최병소展, 첫 신문지 대작과 1970년대 설치작품 걸려

 
최병소는 신문지를 연필과 볼펜으로 새카맣게 채우는 작업을 한다. 연필과 볼펜으로 검은 선을 그어 신문지를 채우고 마찰에 의해 종이가 찢어져 더는 선을 그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지속한다. 까만 표면의 최병소의 작품이 모두 엇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매일 보도되는 기사가 어제와 같을 수 없듯이 하나하나 다 다르다. 
< Untitled 0170528 > 108x80cm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2017 / 최병소
< Untitled 0170528 > 108x80cm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2017 / 최병소
 
작가가 신문이란 일상적인 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뚜렷했다. 신문지를 소재로 삼기 시작한 1970년대는 예술이 기존의 보수적인 고정관념과 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적 관점과 표현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가 전개되던 때였다. 반면, 사회 내부적으론 유신체제 하에 언론은 통제되고 표현과 소통은 억압된 때이기도 했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던 30대 청년 최병소에게 신문이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언론 매체였다. 이러한 현실에 분노해 신문기사를 볼펜으로 지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이어온 것. 다만 지금껏 반복돼온 그의 작업이 여전히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될 필요는 없다. 
< Untitled > 240x180x75cm Chair, Paper, Tape 1975 / 최병소
< Untitled > 240x180x75cm Chair, Paper, Tape 1975 / 최병소
 
40여 년간 이어온 신문지 작품은 물론, 처음 선보이는 2m 이상의 150호짜리 대작 <Untitled 0180621>과 더불어 대량 복제 생산되는 일상용품을 작업에 들인 그의 1975년 초기 설치작품 등이 내걸린 전시가 29일까지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  
한편, 작가는 1943년 대구 출생으로, 중앙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 현재 대구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이다. 도쿄 센트럴미술관(1977), 상파울루비엔날레(1979), 브루클린미술관(1981) 등에서 그룹전을 갖고, 대구미술관(2012), 프랑스 쎙떼띠엔 근현대미술관(2016)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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