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07 16:09
미니멀 아트 선구자로, 1960년대부터 작고 전까지 ‘형광등 시리즈’ 한눈에
온 공간이 빛으로 물든다. 작품 앞에 서있자니 몸에도 그 빛깔이 쓱 스민다.

시각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미니멀 아트의 선구자 댄 플래빈(Dan Flavin). 작가는 캔버스 밖, 즉 실존 공간으로 색을 꺼내 방 안을 가득히 메운다. 무엇으로? 형광등 하나로.
댄 플래빈의 형광등 시리즈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반 생산되던 시중 형광등을 그대로 사용해 과학적 기술이나 기교 없이 도형적이고 건축적인 구조로 반복 배열하고 그 형태를 본연 그대로 제시했다. 공산품이자 생활용품인 형광등을 단순 배치만으로 작품으로 탈바꿈한 셈. 또한 의도적으로 색깔을 정해놓고 붉은색, 파란색, 녹색 등 원색 여섯 가지와 조도차를 두고 각기 다른 네 가지의 하얀색을 사용, 제한된 가짓수의 색을 썼다.

형광등 시리즈는 보는 시간대와 설치 공간에 따라 달리 보인다. 각 램프의 색은 교체 가능해 장소나 보는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설치할 수 있기도 하다. 이렇듯 그의 작품이 지닌 현장성은 당시 미술작품의 접근 방식에 있어 새로운 요소로 제시된 바 있다. 또한 작품 주재료인 형광등은 영구적이지 않고 수명이 있는 특성상 주기적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형광등은 작가 유족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로부터 수급한다.
댄 플래빈이 형광등을 작품 소재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기작부터 1996년 작고 전 가졌던 마지막 개인전 출품작까지 대거 만날 수 있는 전시 <댄 플래빈의 빛 1964-1995>이 진행되고 있다. 형광등 시리즈의 태동기부터 원숙기의 끝자락까지 댄 플래빈의 작업 일대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캔버스 안에 갇힌 색이 아닌, 빛이란 비물질적 요소를 전면 활용해 전시장을 눈부신 빛으로 물들인 댄 플래빈. 간결하고 직관적인 빛과 색으로 작가가 재창조한 공간에서 형광빛의 환시(幻視)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10월 31일까지 PKM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