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서번트 증후군’ 신동민이 바라보는 천진한 세상

입력 : 2018.08.24 17:37   |   수정 : 2018.08.24 17:37

어린아이 그림 같은 극명한 색면 대비…

 그림은 본디 힘을 빼고 그려야 한다고,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고 화가들은 말하곤 한다. 도리어 어린아이처럼 본능적이고 천연덕스럽게 그리는 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잉꼴보> 162x130cm Oil on Canvas 2012 / 신한갤러리
<잉꼴보> 162x130cm Oil on Canvas 2012 / 신한갤러리
신동민의 그림은 해맑고 천진하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의 작품에는 독창성과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그의 색감과 붓질은 본능적이다. 의도적이거나 계산적이지 않으며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그리고 칠할 뿐이다. 또한 그의 세상에는 틀도 제한도 한계도 없다. 원근법이나 명암법의 지배를 벗어나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이 대다수다. 
이렇듯 자기만의 세계, 캔버스 안에서만큼은 자유로운 신동민은 자폐성 장애 1급이다. 오로지 자기의 눈과 마음으로만 보고 담은 것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누구도 그의 세계를 만들어주거나 건설해주지 않았다. 오롯이 그가 혼자 정립한 세계고 그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들 자폐성 장애는 언어능력과 사회성이 떨어져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다고 알려진다. 신동민과 원활한 대화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대신 그는 뛰어난 색채감각과 시각적 사고능력을 바탕으로 한 소통에는 뛰어난 소질을 보여준다. 그의 자폐적 성향은 따라 하고 싶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없는 타고난 예술가적 기질이 돼 준 셈이다. 
신동민은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을 그린다. 마땅한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일 수도, 동물일 수도, 건물일 수도 있다. 다만 무엇이 됐든 자신이 바라보는 대로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서핑을 좋아하는 작가는 수많은 사진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면 그게 바로 작품의 소재로 낙점된다.  
그렇게 본인 외엔 누구도 알 수 없는 작가의 세상이 캔버스에 펼쳐질 때, 그만의 세상이 바깥세상과 연결된다. 그의 작품을 두고 사람들은 놀랍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저 매일 이젤 앞에 앉아 캔버스를 채워갈 뿐이다. 무얼 그릴지, 언제까지 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장서윤 신한갤러리 광화문 큐레이터는 “신동민 작가는 작업에 간섭받는 걸 싫어한다”며, “색깔이나 붓질을 두고 누군가 옆에서 참견할라치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으면서도 못 들은척한다”고 말했다. 
<아야아야> 91x119cm Acrylic on Canvas 2018 / 신한갤러리
<아야아야> 91x119cm Acrylic on Canvas 2018 / 신한갤러리
신동민은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뒤 윤곽선을 잡고 다시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최초 채색 시에는 보고 그린 사진과 똑같게 칠하는데, 그 위에 윤곽선을 그리고 나면 기존 색과는 다른 색으로 덮는다. 이렇듯 덧칠로 겹겹이 쌓인 색은 작가의 시선 변화를 뜻한다. 순간순간 자신이 포착한 그대로를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함이다. 또한 앞서 그린 윤곽선을 균일하게 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장 큐레이터는 “애초 얇은 붓으로 선을 그리면 작업 과정이 좀 더 수월할까 싶어서, 신 작가의 가족이 그에게 얇은 붓을 권해보기도 했지만 신 작가는 자기 방법을 고수하는 걸 좋아한다더라”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이나 동물은 가릴 것 없이 모두 선한 눈을 갖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어울리는 모습이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함께 무리 지어 있다. 
자폐는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다. 신동민은 작품 속에서 사람과 동물이 부대끼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온 것은 아닐까. 직관적이고 화려한 원색의 색감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가의 개인전은 9월 22일까지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만날 수 있다. 
신동민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 OurStory2 > 전시장 전경. / 신한갤러리
신동민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 OurStory2 > 전시장 전경. / 신한갤러리
한편, 신동민은 1994년생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인전 3회, 홍콩 ACAS 아트페어 등을 비롯해 10회 이상의 전시 경력이 있으며, 현재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다. 보건복지부 전국장애우청소년미술대전 대상(2011), 오티스타 자폐인그림공모전 대상(2012)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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